공공관리제도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초구 서초동 우성3차 아파트. 2010년 1월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 아파트는 그해 말 조합설립을 마쳤으며 안전진단 후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재건축의 가장 큰 산으로 불리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가 안전진단에서 사업시행인가까지 평균 7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소요기간이 3분의1에 불과한 셈이다.
권태일 우성3차 재건축조합 사무장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합을 운영한 것이 사업기간을 단축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2010년 서울시가 전격 도입한 공공관리제도는 공공(자치구청장)이 조합 임원의 선출 및 시공사 선정 등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에 참여해 사업 진행을 함께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선 가계약을 맺은 시공사로부터 대여금을 받는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기존 정비사업 방식과는 달리 공공이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까지 필요한 조합운영비를 융자해준다. 이 때문에 정비ㆍ철거ㆍ설계ㆍ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던 정비사업의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정비사업의 정보공개 홈페이지인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조합 운영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 불신에 따른 소송 등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 밖에도 사업 초기에 추정분담금 등의 정보를 제공해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를 주민에게 제공하고 용역업체가 서면동의서를 위조하는 등의 병폐를 사전 차단한다. 공사표준계약서를 통해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으로 추가분담금이 늘어나는 문제도 해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관리제도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부조리 차단을 위해 관리의 영역에서 머물러 있는 공공의 역할이 좀더 확대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개발이익이 막대할 때는 정비사업이 알아서 굴러가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뀐 만큼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소규모 개량사업으로 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기반시설 설치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비효율적인 지원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이 지난해 하반기 전국 654곳 정비사업 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 중 공공관리제도를 유일하게 의무 적용하는 서울의 정비사업 조합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를 행정기관 융자지원제도의 비효율성(46%)으로 꼽았다.
함 센터장은 "아울러 서울만 의무적용하고 있는 공공관리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