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00엔을 넘는 엔저 현상이 1년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9개월 뒤에는 110엔, 12개월 뒤에는 120엔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더욱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0엔을 넘으면 국내 기업의 이익은 20조원 넘게 증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 14곳을 대상으로 엔화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9개월 뒤 엔ㆍ달러 환율 전망 평균치는 103엔으로 집계됐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110엔으로 가장 높았고 JP모건ㆍBNP파리바ㆍ모건스탠리ㆍ씨티ㆍ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5엔으로 내다봤다.
12개월 뒤 엔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데는 IB 14곳 중 12곳이 동의했다. 1년 뒤 엔ㆍ달러 환율 전망 평균치는 104.69엔이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2개월 뒤 엔ㆍ달러 환율을 120엔으로 관측했고 RBS(112엔)와 UBSㆍ도이체방크(110엔)도 110엔 이상 갈 것으로 예상했다. 100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IB는 바클레이스캐피털(98엔), HSBC(88엔) 등 두 곳뿐이었다.
국제금융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1년 뒤 100엔 돌파를 예측한 IB가 단 한 곳도 없었는데 이제 120엔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조사 결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0엔, 원화 가치가 달러당 1,000원이 되면 국내 기업의 이익은 21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236.4%), 자동차(-57.6%), 전기전자(-47.7%) 등 주력산업의 이익이 크게 줄어든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달러당 100엔, 달러당 1,000원이 되면 적자기업 비중이 33.6%에서 68.8%로 2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은 1.8%포인트, 경상수지는 125억달러 감소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원화 절상 기대심리로 원화가 빠르게 고평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일시적 시장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 시행 중인 은행 선물환포지션규제 등 자본 유출입 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