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보는 ‘토요일 밤의 열기’

지난해 9월 배우 오디션을 시작, 반 년 넘게 제작에 몰두해 온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본 공연은 내달 5일 시작되지만 지난 15일부터 30일까지 보름간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장기 시연회`방식으로 관객과 만난다. `트라이 아웃(try-out)`이라 불리는 장기 시연회는 전국을 돌며 관객 반응을 살핀 뒤 뉴욕에 `입성`하는 브로드웨이 식처럼 본 공연에 앞서 최종 수정단계를 갖는 무대다. 공연장을 장기간 확보해야 하고 이에 걸맞을 제작비가 요구돼 국내에 도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요일 밤의 열기`는 존 트라볼타 주연 동명 영화의 뮤지컬 판 공연이다. 영화는 팝그룹 비지스의 음악을 기초로 1977년 제작, 전 세계를 디스코 열풍으로 몰고 갔었다. 뮤지컬로는 98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으며 국내 공연은 판권을 사온 뒤 우리 배우가 출연하는 라이센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이트 클럽에서 주말을 보내는 게 유일한 낙인 청년 토니(박건형ㆍ주원성)와 유능한 무용수인 스테파니(최정원ㆍ김선영)가 댄스 경연대회에 함께 출연하는 과정이 주된 얼개. 서울에서 선보인 `토요일밤…` 역시 현란한 춤 솜씨로 눈길을 끌었다. 총2시간40여분의 공연기간 중 한시간 가까이가 `춤`의 향연으로 뒤덮인다. 무엇보다 `night fever(나이트 피버)` `staying alive(스테잉 어라이브)`등 장면에서 보여준 군무신은 그간 선보인 어떤 뮤지컬 장면보다 높은 완성도를 지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번역체의 대사가 중간중간 극의 흐름을 끊었고 비슷한 의도를 지닌 장면이 거칠게 반복되며 토니의 내면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 30억원 가량의 제작비를 들인 제작진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객석을 두 단 마다 높이는 등의 주의도 잊지 않았다. 꼼꼼한 무대와 디자이너 박윤정의 손길이 닿은 의상도 극적 섬세함에 한 몫 했다. 이번 공연으로 인해 뮤지컬의 `춤바람`이 가속화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5월 무대화되는 `그리스`와 6월 공연에 들어갈 `싱잉 인 더 레인`이 모두 춤 향연에 초점을 둔 작품인 것. `토요일밤…` 역시 6월경 LG아트센터 재공연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양 춤`이 최근 가속화된 `뮤지컬의 부흥`을 주도케 된 점은 약간의 아쉬움을 준다. 전반적으로 `작은` 동양인들이 선보이는 고난도 춤무대는 완벽에 가까울수록 웬지 모를 허전함을 더한다. 이 공연의 아시아 판권도 확보한 투자ㆍ제작사 쇼이스트와 연출자 윤석화는 향후 우리 배우진의 아시아 순회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시연회 기간엔 입장료가 30% 할인(전화예매)되지만 대부분의 티켓이 매진된 상태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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