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샷클리닉] 드라이버 티 샷 함정

주말 골퍼들 사이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화두(話頭)다.지난 19일 끝난 브리티시 오픈에서 프로골퍼들의 게임방식을 놓고도 이같은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3타차 선두를 지키다 18번홀에서의 드라이버 샷이 화근이 결국 연장전까지 가다 패한 장 반 데 벨드는 귀국후 가진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골프정신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벨드는 러프에서 웨지로 세컨 샷을 해 일단 페어웨이로 볼을 빼내는 식의 안전 플레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소극적 플레이는 골프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회를 주최한 R&A측도 벨드의 이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나섰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소극적인 플레이를 해 팬들을 실망시켰다는 것이다. R&A측은 『타이거 우즈가 공동선두를 이뤘던 7번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았더라면 세컨 샷 거리가 짧아졌을테고 당연히 버디기회를 잡아 단독선두에 올라 설수도 있었다』며 우즈를 비롯한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아이언 티 샷을 한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R&A측은 또 『커누스티는 항상 러프가 길고 페어웨이는 좁았다』며 『코스를 너무 어렵게 조성해서 그랬다는 선수들의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벨드의 생각과 R&A의 입장은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반드시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 3번 우드나 아이언으로 티 샷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대부분 아마추어의 생각과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일까. 이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 데 벨드는 관중을 의식한 탓인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다 첫 메이저 우승을 놓쳤다. R&A측의 견해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를 고집했던 골퍼들은 일찌감치 18홀 10오버파 이상의 성적을 내며 컷오프에서 탈락, 팬들이 낙담하게 만들었다. 골프도 게임인만큼 결과가 중요하다. 이같은 주장은 공격은 물론 적응 역시 자연정복, 즉 골프의 정신이라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람이 불면 정확도가 높은 아이언으로 볼을 낮게 깔아 보낼 줄 알고, 그린 앞에 큰 냇물이 흐르면 레이업을 해서 3온하고, 러프에 볼이 떨어지면 일단 페어웨이로 빼낸뒤 다음 샷으로 공격을 하는 식의 「계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골프는 힘의 스포츠가 아니라 멘탈게임이라는게 정설이다.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평정을 잃지 말아야 하며 처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볼때 「반드시 드라이버를 잡아야 하는가」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니다」다. 벨드도 『다음에는 반드시 안전하게 플레이하겠다』며 자신의 과욕을 후회했다. 김진영 기자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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