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주식투자 확대] "증시활황 타고 수익내자" 공세전환

은행·보험 내년부터 한도내 점차 늘릴듯주식시장이 급속한 침체기에 빠질 때마다 '주식시장 회복에 동참하라'는 금융당국의 직ㆍ간접 압력을 받고도 꿈쩍도 하지 않던 금융회사들이 경기회복 전망과 증시활황을 타고 스스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주식투자에서 잇따라 참패했던 쓰디쓴 경험을 곱씹으며 주식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던 금융권이 이처럼 증시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실제 주식투자 규모를 얼마나 확대하느냐 여부를 떠나 그 심리적 효과만으로도 시장전체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실제 은행 등 상당수 금융회사들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경우 채권보다는 주식의 투자 메리트가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경험을 되살려 '한방'을 노리는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철저히 리스크를 분산해 선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신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주식투자 왜 확대하나 은행권은 그동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마땅한 자금운용 수단을 찾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해 왔다. 여유자금을 주로 국공채 등 우량 채권에 대한 투자로 소화해 왔으나 채권수익률 상승으로 더 이상 투자가 쉽지 않은데다, 출혈경쟁에도 불구하고 우량대출처 확보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이미 거액의 기관예금을 거절하는 등 유동성을 조절하면서 조심스럽게 주식투자 확대를 모색해 왔다.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고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탄다면 내년부터는 주식에서도 이익을 좀 내야 하지 않느냐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도 "지금 같은 추세와 전망이 이어진다면 채권투자를 줄이는 대신 주식운용 규모를 늘려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위험회피를 위해 직접적인 주식투자 외에 간접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수단들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언제, 얼마나 늘리나 대부분의 은행과 보험사들은 일단 연말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안정적으로 결산을 가져간 뒤 내년부터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그동안 내부적으로 적게는 500억원에서 최고 1,000억원 안팎까지 주식투자 한도를 설정해 놓고도 실제로는 100~500억원(평잔) 정도만을 주식으로 운용해 왔다. 일부 은행들은 내부 한도만 설정해 놓고 아예 주식투자를 중단한 곳도 있다. 따라서 한도자체를 늘리기 보다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점진적으로 실제 투자액을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원리가 늘 작용하는 속성 상 어느 한 은행이 투자규모를 늘리면 다른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여기에 보조를 맞추거나 오히려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 투자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도 있다. 보험사들 역시 현재의 주식투자 비중이 총자산의 7~8%선인 내규 한도에도 크게 못미치는 3~4%에 불과한 만큼 한도 내에서 탄력적으로 투자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생ㆍ손보사들의 자산규모가 약 160조원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만일 보험사들이 주식비중을 내부한도까지 늘릴 경우 내년에는 수조원대의 자금이 증시에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필요 금융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향후 증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무분별한 투자확대를 우려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조흥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1억주 이상의 출자전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은행이 굳이 나서서 상품주식에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도 "은행의 핵심업무는 주식투자가 아니다"며 "시장상황을 보아가면서 탄력적으로 주식운용 규모를 늘려가더라도 무작정 한도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스크가 높은 주식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으면서 경영에 큰 부담을 안겨줬던 과거의 실패경험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 은행의 주식투자 확대가 기업의 직접적인 자본조달 수단인 증시 활성화에는 일단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회사채 투자나 대출 등 기업지원을 위한 다른 수단들을 소홀히 한다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진우기자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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