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시나왓 타이 총리의 인기가 갈수록 더해 지고 있다. 경찰 출신에다 타이 최고의 갑부라는 배경 덕분에 지난 2001년 총리에 취임할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그였지만, 지금의 인기는 총리로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기반이다. `탁신 시나왓처럼 생각하라(Think like Thaksin Shinawatra)`는 책이 타이 서점에서 가장 잘 팔려나가는 책이라니,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짐작할 만하다. 벌써부터 2005년 재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마약ㆍ매춘 조직과의 전쟁을 통해 이뤄낸 사회 안정에도 어느 정도 기반하고 있겠지만, 지금 그의 인기를 가능케 한 것은 탁시노믹스(Thaksinomics)란 신조어가 말하듯 탁월한 그의 경제 정책 수완때문이다. 서민층에 대한 소액 대출을 대폭 확대했는가 하면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 마을 당 100만바트 규모의 자금을 할당, 지방 소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했다. 농촌 부채에 대해서는 3년간 상환을 유예 시켜줬고, 저가 주택 건설을 크게 늘리며 주택마련의 꿈도 실현시켰다. 이러한 정부 지출을 통한 내수 확대는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지며, 타이는 지난 해 외환위기 당시인 97년 이후 최고치인 5.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1ㆍ4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6.73%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출신 총리는 역시 다르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한 수치다.
그런데 외부에서 타이를 보는 눈은 타이 국민들이 스스로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다. 타이 밖에서는 외환위기를 낳은 원인에 대한 치유 없이 눈앞의 성장만 쫓고 있다 점에 우려를 표한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타이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에도 아무런 뉘우침 없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세계은행은 국책은행을 동원한 타이 정부의 대출은 부실채권비율을 사상 최고치로 높이면서 또 한번 금융위기를 불러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탁시노믹스를 보면서 한 나라의 정치 상황을 평가한다는 것, 특히 짧은 기간의 정책적 손익을 계산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일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최윤석기자(국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