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카.밀켄 명예회복 별러 -80년대 미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기업 사냥꾼(레이더스)들이 또다시 뉴스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칼 아이칸(얼굴)과 마이클 밀켄.
아이칸은 10년전 항공사인 TWA와 석유회사인 텍사코, 철강회사인 USX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싸움을 벌였던 유명한 레이더스. 미국 기업들이 그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담배 및 식품 생산업체인 RJR 네이비스코가 담배 회사를 분리·매각키로 하자 자신의 지분 7.7%를 활용, RJR의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오랜 침묵을 깨고 또다시 기업 사냥에 나섰다.
아이칸은 지난 4년 동안 RJR이 담배와 식품 분야를 분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두 차례나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었다. 이에 지난 9일 RJR의 스티븐 골드스톤 회장이 식품 부문을 남겨두고 국내외 담배회사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아이칸은 RJR이 담배회사를 유지하고, 식품회사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 경영권을 뺏기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식품회사를 팔고 담배회사를 키워야 주가가 오른다는 명분을 걸었다. 그는 경영권 장악후 회사를 경영할 차기 이사진으로 자신을 포함한 9명을 선임하고, 주주들을 상대로 한 설득전에 나섰다. 아이칸과 골드스톤 회장의 대회전은 오는 5월 12일 열리는 주총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RJR 네이비스코는 지난 88년말 기업 사냥 전문회사인 KKR이 당시 로스 존슨 사장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뺏은 후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다가 이번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다른 적을 만난 것이다.
한편 80년대 「정크 본드의 황제」로 불리웠던 밀켄은 밀켄 연구소·전립선암 치료협회 등을 설립, 본격적인 재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 12일 캘리포니아 비버리힐스에서 개리 베커·더글러스 노스·머튼 밀러·마이런 숄스 등 노벨상 수상자 및 저명 정치인들과 함께 대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드렉셀 번햄 램버트라는 투자회사를 차려 기업 사냥꾼의 자금을 대주었던 그는 유가증권법 위반 혐의로 10년형을 살다가 전립선 암에 걸려 지난 93년에 형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의사가 선고한 시한부 인생을 넘긴 그는 『돈은 더이상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며 과거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교육과 의료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