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현실 모르는 시장 살리기 정책


"시·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전통시장 현대화에 도움을 준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대형마트 등으로 향하는 고객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설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지난주 말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전통시장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넋두리를 했다.

설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대형마트 등과 달리 전통시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특히 시·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효과는 미미하다. 이들 지자체가 내세운 해결책이라는 게 이벤트 등 반짝 행사 수준에 머물거나 그나마도 지연되기 일쑤고 일각에서는 지역 상인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을 제시해 불협화음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시장의 경우 해당 구청이 1년 전부터 주차장 조성을 논의했으나 여전히 부지 확보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B시장의 경우 온누리상품권 활성화를 내세운 서울시가 공무원 복지비 자율 항목 중 1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시장 측에 '공무원증을 제시할 경우 5% 추가 할인 혜택'을 요구했으나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상인들의 반대로 현실화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지 않고 대형마트에 가는 이유는 많다. 전통시장은 소비자들이 눈비·바람·추위·더위 등의 악천후를 피할 수 없어 장보기에 불편하다. 주차장도 대체로 갖추지 못했다. 배달 시스템도 거의 없다. 유통기한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혹은 원산지를 정확하게 표시했는지 충분한 신뢰가 없다. 그러나 전통시장에 꼭 가야 하는 이유는 꼽기 어려울 정도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없는 전통시장만의 차별화된 상품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근본적인 경쟁력이 해소되지 않는 한 천편일률적인 정부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각 시장마다 처한 현실이 다른 만큼 사정에 알맞은 중장기적인 방안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때를 놓치면 자칫 전통시장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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