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전기차의 일반도로 진입이 결국 무산됐다. 정부가 제한속도 60㎞ 이상 일반도로 진입금지 규제를 풀어달라는 관련 업계의 요청에 따라 규제완화 검토에 들어갔으나 최근 안전성 등을 이유로 불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환경부 4개 부처 관계자들은 지난달 과천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갖고 저속전기차 운행구역의 제한속도 상향 조정에 대해 논의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지난 4월 광주의 한 산업단지를 방문한 직후 관련 부처에 규제완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박 장관은 한 저속전기차 부품업체 대표가 "속도제한 80㎞ 도로에서 (전기차가) 60㎞로 달리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닌데도 이를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규제완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장관은 산업단지 방문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저속전기차의 도로 진입 규제완화 요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부처 협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겼다. 저속전기차의 안정성이 일반 차에 비해 크게 떨어져 일반도로를 주행할 경우 큰 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저속전기차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반대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저속전기차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도로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지난 2009년 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급확대 정책에 맞춰 60㎞ 이하 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라며 "그때 차량 안전기준도 30개 가까이 면제 또는 완화했기 때문에 더 이상 운행구역의 속도는 높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60㎞ 이상 일반도로에 저속전기차를 진입시키고 싶으면 먼저 안전기준을 충족하라는 이야기다. 지난달 4개 관계 부처 회의에서도 이 같은 국토부 측의 논리가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처음에는 입규제만 풀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봤으나 면밀히 검토하다 보니 저속전기차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사실상 저속전기차의 일반도로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전용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에서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 심지어 우마차까지도 통행을 허용하면서 저속전기차에 대해서만 안전을 이유로 진입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는 지적이다.
저속전기차 업체인 AD모터스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도로 교통흐름 방해와 안전을 이유로 전속전기차의 진입을 규제하고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저속으로 주행하는 중장비 차량이나 안전성이 떨어지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도 도로로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저속전기차의 일반도로 진입이 무산되면서 그 대안으로 교차로 등 일부 구간에 한해 최저속도 60 이상인 도로에서도 운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