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설 특수'가 실종됐다.
이마트는 설을 일주일 앞둔 현재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5.2% 마이너스 신장했다고 3일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설 매출이 지난해보다 3% 감소했다. 설 선물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황에 내점 고객이 줄어든데다 선물 세트 객단가(1인당 구매액)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육 세트의 경우 지난해는 15만~17만원대가 인기였지만 올해는 혼합세트 위주의 8만~9만원대만 주로 팔린다. 청과 세트도 지난해보다 1만~2만원 저렴한 3만~5만원대 상품만 찾는다.
이는 경기 불황으로 백화점과 온라인몰들이 '실속형 선물세트'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대형마트 고객들이 다른 유통채널로 이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보다 설 선물 가격을 8~30%가량 내린 백화점들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81%, 현대백화점은 41.5%, 신세계백화점은 40.2% 판매가 늘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가족ㆍ친지에게 선물하는 '개인 고객'의 평균 구매 단가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오른 17만7,000원인 데 비해 대량 구매하는 '법인 고객'의 객단가는 9만5,000원에 그쳐 지난해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개인 고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홍삼·와인 등 20만~30만원대 고가 선물은 작년 대비 40% 이상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특히 올 설에는 법인고객이 알뜰해진 반면 개인고객은 고급스러워졌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1만원 미만 초저가 선물세트가 매진 행진을 이어가면서 대박이 났다.
옥션은 지난 14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된 '2013 설 선물세트 올킬' 이벤트 결과 지난 추석보다 매출이 20% 증가했다.
특히 대량구매가 확 몰렸다. 지난 추석 때 옥션에서 선물세트를 100개 이상 주문한 대량구매는 거의 없었던 데 비해 올해는 대량구매 비중이 전체 올킬 선물세트의 20%나 됐으며 30세트 이상 대량구매 매출 비중은 70%에 달했다.
완판 속도도 빨라졌다. 14일 올킬가로 판매한 '유니레버 라온 5호-프리미엄(9,900원)' 선물세는 1만개 한정 판매를 시작 8시간 만에 완판됐다. 22일 10시에 선보인 아모레 선물세트는 1시간 만에 매진됐다.
옥션의 한 관계자는 "불황의 장기화와 물가 상승으로 주로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던 선물세트의 대량 구매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들은 부진한 실적 만회를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마련한다. 이마트는 4~14일까지 2,000여종의 품목을 최대 55%까지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4~9일 '설 제수용품 기획전'을 열고 관련 제품을 최대 30% 할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