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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접촉 10시간 만에 정회…오후 3시부터 속개”
대북 확성기 방송·휴전선 일대 군사적 긴장 등 논의
날짜 넘겨가며 협상 이어가…양측 문제해결 의지 강한 듯
남북한은 22일 오후부터 23일 새벽까지 10시간에 이르는 고위급 접촉을 가졌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23일 오전 4시 15분, 회의를 일단 끝내고 대표단의 휴식을 가진 뒤 오후 3시부터 속개하기로 했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남북이 최근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상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근본 방안 마련을 협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남과 북이 고위급접촉을 전격 발표하기까지 휴전선 일대에서는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고조됐으나 일단 진정됐으며 회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최악의 국면은 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한 대화와는 별개로 군사적 대치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 측은 22일 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하며 한국과 미국 공군 전투기 8대가 한반도 동서를 가로 지르는 무력시위를 비롯해 한국군과 미군의 예비전력을 최전선으로 이동시켜 전쟁 상황에 대비했다.
북한군의 일부 포병부대도 갱도 진지 밖으로 나와 즉시 사격이 가능한 진지로 전개했음이 확인됐다. 북측은 최전선에서 포병 사격 훈련까지 실시하며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등 전방 지역의 주민 1만 5,000여명도 아직까지 긴급 대피 상태다.
남북은 북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 개시의 시한으로 통첩했던 22일 오후 5시를 2시간 앞둔 오후 3시, 남북 고위급 접촉을 극적으로 발표하며 오후 6시 25분께부터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접촉에 들어갔다.
우리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은 회담 시작 후 10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23일 오전 4시 15분께 일단 회담을 마쳤다.
회담에서 우리측은 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렸으나 서로 최근 사태를 해결하고 상호 관계를 근원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3일 오후 3시 고위급접촉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입장 차이가 큰데다 10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펼친 양측 대표단의 나이가 적지 않아 피로를 회복할 때까지 속개 시간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