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부양책 훈풍에 돈 유럽으로 몰린다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 4년만에 美 국채 밑돌아
금리 조기인상 우려 줄어 환율·주식·유가 안정세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 해소를 위해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후 유럽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져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채금리를 밑돌았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거래일 대비 0.065%포인트 하락한 2.575%를 기록해 같은 날 2.604%의 수익률을 보인 미 국채 10년물보다 낮았다. 스페인 국채 10년물이 미국 국채금리를 밑돈 것은 지난 2010년 4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이탈리아 10년물도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인 2.694%까지 금리가 하락했고 포르투갈과 그리스 10년물 수익률도 각각 2006년 1월,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5일 ECB가 기준금리 인하 및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 등 대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은 후 한때 '피그스(PIGS,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던 유럽 주변국들에 돈이 몰리는 모양새다. 베누아 쾨레 ECB 금융통화위원이 7일 한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로존은 아주 오랫동안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유로존의 국채금리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블룸버그뉴스위크는 보도했다.

ECB의 통화완화 정책은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한때 제기됐던 금리 조기인상 우려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 주요국들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기대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채권은 물론 환율·주식·석유 시장도 사상 유례가 드문 안정기를 맞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증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6일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글로벌환율변동성지수는 이날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유가변동성지수도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4대 투자자산(환율·주식·채권·유가)이 '쿼드러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블랙록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글로벌 투자전략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매우 만족해하고 외부의 쇼크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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