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7~10년물 장기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에너지는 회사채 발행으로 5,000억원가량을 조달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SK에너지가 지난달 30일 낸 정정 증권신고서를 보면 우선 각각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려던 7년과 10년물 회사채의 발행을 취소했다. 또 3년물은 2,0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규모를 줄이고 기존에 1,000억원가량으로 발행하려던 5년물은 1,80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SK에너지 회사채 발행 규모도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SK에너지가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은 기관들의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에너지가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최근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1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3년물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미달됐다.
SK에너지 측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은 수요예측 결과 기관 수요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회사채 발행으로 차환이나 시설 투자에 투자하려던 자금 규모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앞서 회사채 발행에 따라 유입되는 자금을 차환과 시설 투자에 각각 1,200억원, 3,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 계획 수정하면서 차환 계획은 그대로 이행하는 반면 유지 시설 투자 자금은 1,800억원으로 2,000억원가량 줄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줄어든 시설 투자 자금은 회사 내부 협의를 거쳐 내년에 다시 회사채를 발행할지 아니면 금융권에 차입할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웅진그룹 사태 이후 기관들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 앞으로 회사채 시장이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 내 기관 수요가 크게 줄고 있는 요인은 낮은 금리"라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저금리라는 복병까지 겹쳐 투자 메리트가 사라지자 선뜻 회사채를 인수하려는 기관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호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웅진 사태로 회사채 인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부분도 회사채 시장이 다소 침체되고 있는 요인"이라며 "지난 10월까지도 장기 회사채에 한 해 기관 수요가 많았으나 저금리 기조에 웅진 사태 등까지 겹치면서 기관의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