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11/말레이시아 KLCC(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지상 446m 「쌍둥이 빌딩」 대역사 오차없이 “척척”/지구촌 건축사 다시쓰는 “쾌거”/스카이브리지·첨탑등 「피말리는 정밀시공」 27개월/1일2교대 24시간작업 조기완공… “괴력발휘” 평까지/암팡타워공사도 수주… 한국 기술위상높이기 또한번지상 4백46m로 세계 최고층 빌딩이 동남아의 짙푸른 하늘을 떠받치듯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우뚝 솟아있다. 곳곳에서 왕성하게 전개되고 있는 건설현장의 열기가 가득한 쿠알라룸푸르시내 한 가운데 미지의 세계를 향해 마구 뻗어나가려는듯 한 KLCC(쿠알라룸푸르 씨티센터). 기존 세계 최고층 건물인 미국 시카고의 시어즈타워(지상 1백10층 4백43m)를 능가하며 계단이 2천2백64개로 걸어올라가는데만도 50분이 소요되고 1층과 정상부분의 온도차가 무려 4도에 달하는 현대 건축사의 이정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시공을 맡고 있는 이 빌딩은 건축물의 높이뿐아니라 작업공정 부문 등에서 기존 방식들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방법들이 시도되면서 건축부문에서 새로운 기록들을 잇따라 작성, 세계 건축사를 다시 쓰게함으로써 건축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KLCC는 말레이시아가 쿠알라룸푸르시내 총 20여만평의 부지위에 총 1조원을 투자해 92층 쌍둥이빌딩을 비롯 60층과 30층규모 빌딩 각 1동,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건립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삼성물산은 지난 93년 11월 일본의 다이세이 등 세계적인 건설업체들과 당당히 공개 경쟁입찰을 벌여 92층 빌딩 1동(타워 2부문)과 스카이브리지공사를 2억2백만달러에 극동건설과 공동으로 수주, 공사중에 있다. 나머지 1동(타워 1)은 일본의 하자마(간조)건설이 맡고 있다. 그래서 공사수주때부터 한일양국 건설기술의 자존심이 걸린 것으로 평가되며 국내외에 높은 관심사가 되기도 했는데 결과는 삼성쪽의 완전 승리로 끝났다. 일본쪽보다 1개월 늦은 지난 94년 3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삼성은 골조공사가 하자마건설보다 오히려 10여일 빠른 지난해 1월14일 계약예정일대로 완공, 한국건설업계의 위상을 드높였다. 스페인회사가 맡고 있는 내장공사가 마무리되는 올 8월이면 모든 공사가 완료돼 입주가 시작된다. 삼성이 지구상의 최고높이 건물을 짓는 공사 과정에서 사용한 콘크리트물량은 레미콘트럭 1만5천대 분량인 8만6천86㎥, 철골은 첨탑(3백70톤)부문을 제외하고도 무려 8천7백22톤이 투입됐다. 작업기간동안 3백여가지가 넘는 설계변경 등 무수한 시행착오를 격어야 했으며 27개월로 짜여진 공사일정은 1일2교대 24시간 근무체제로 현장이 운영되는 등 힘겨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하루 투입인력은 필리핀 등 12개국의 근로자들이 최대 3천여명에 달하는 등 평균 1천여명이고 1개층을 세우는데 평균 4.8일이 걸리는 대역사였다. 현장을 총지휘하고 있는 송도헌 소장(44)은 『세계 최고층의 건축물을 한국인손으로 세운다는 자부심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이를 계기로 삼성, 나아가 한국 건설능력이 세계적 수준에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입증하게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가 오는 2020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다는 「비전 2020」의 핵심사업이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상징하기위해 발주, 건설되고 있는 이 건물은 벌써부터 세계각국의 건축관계자나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영석유회사인 발주처사의 이름을 따 일명 페트로나스빌딩으로 불리는 쌍둥이빌딩은 연면적이 총 56만㎡로 약 6만명을 수용할 수 있어 하나의 도시인구가 입주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건물. 완공뒤에는 관공서를 비롯 오피스건물로 활용될 예정이고 타워밑부분인 6층까지는 상가와 연회장으로 사용되고 7천세대규모의 대형주차장이 지하5층에 별도로 자리잡는다. 특히 이 쌍둥이 건물을 각 41층과 42층사이에서 상호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가 세계 건축사상 처음, 그것도 순수 국내기술로 설치돼 건축부문의 의의와 건물의 상징성을 드높여주고 있다. 지상 1백77m에 위치하고 있는 스카이브릿지는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교량구조물로 구름이 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개선문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스카이브리지에 들어서면 마치 「구름위의 산책」을 하는듯한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한다. 길이 58m에 폭 5m 무게 5백40톤에 달하는 철교량구조물로 삼성중공업이 제작한 이 브리지는 「모던 쿠알라룸푸르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4개에 달하는 다리받침대 하나만의 무게만도 70여톤에 이르는 대형구조물로 단 1초, 1㎝의 오차도 허용되지않는 정밀시공이 요구되는데 송소장의 표현대로 「피를 말리는」15일간의 작업끝에 설치가 가능했다. KLCC의 또하나의 상징인 첨탑은 높이 65m 무게 약 1백30톤의 스테인레스로 건물의 이미지를 한층 돋워주는데 이 부문역시 삼성이 한달 앞서 시공한 타워 1의 일본회사보다 7일이나 앞서 공사를 마치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의 현장소장은 삼성의 괴력(?)에 놀라워하며 『삼성에 마력을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김재효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KLCC는 이 곳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것은 물론 특히 일본인들의 콧대를 꺽는 청량제 구실을 했다』며 『2개의 타워가 쌓아올려지는 동안 진행속도에 따라 교민들의 기분이 좌우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외부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쌍둥이빌딩은 원통형건물로 기둥사이의 둥글고 각진 돌출부가 교대로 배치돼 기둥사이를 정면에서 보면 활모양으로 휘어져 있 으며 외벽은 금속제인 칸막이벽과 유리를통해 확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이는 이슬람양식에 여자눈썹을 형상화한 것으로 미려한 외관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현장관계자의 설명이다. 87층까지는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88층부터 92층까지는 철골조로 구성돼 있는 이 건물은 기존 학계에서 그동안 콘크리트구조물로 가능한 상한선이 60층에 불과하다는 점을 여지없이 깨트린 것이다. KLCC는 특히 콘크리트구조물이라는 특성상 습도때문에 완공뒤 1년이 지나면 약 21㎝가 줄어들고 다시 30년뒤에는 40㎝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어 삼성은 건축물의 높이를 고려, 이를 감안한 작업을 별도로 해야만 했다. 삼성측은 또 공사초기부터 콘크리트 압송높이 세계 기록인 3백40m보다 33m나 높은 지상 3백73m까지 독일제 슈핑펌프 2대를 동원, 콘크리트를 중간기착없이 직접 압송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등 최신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해 공기를 크게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건축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명성을 드높인 것은 물론 KLCC후속공사인 암팡타워공사를 6천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쿠알라룸푸르(말연)=남문현> ◎인터뷰/송도헌 KLCC 관리소장/“공사 안전기원 사원찾아 기도… 미·일 코웃음 기술로 납작히 만들어 가장 기뻐” 『인류 역사상 최고층 건축물을 우리 기술로 이뤄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라는 송도헌 현장관리소장(44·상무이사)은 『이로써 한국 건축기술의 우수성이 세계에 다시한번 입증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의료원 동방프라자 등 국내서 내로라하는 건축물 공사를 맡은 경험이 있는 등 건설공사의 베테랑인 송소장은 『건축부문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다는 것과 함께 특히 일본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노력, 한국인이라는 근성으로 이뤄내고야 말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KLCC가 갖는 건축부문에서의 의미는. 『우선 첨탑을 포함한 높이가 4백46m로 세계 최고층이라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역시 세계 최고층에 스카이브릿지를 연결하는 고난도의 작업과 그 것을 우리 기술로 이뤄냈다는 것이다. 또 일반강도의 4배에 달하는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자체 개발, 사용하고 지상 3백73m까지 콘크리트를 한번에 압송(일본측은 2번에 압송)하는 등의 주요 공법들은 건축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길 것이다. 이 과정에서 3천5백쪽에 달하는 8권의 공법소개 책자를 마련, 세계에 우리기술을 당당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스카이브릿지공사에 애를 많이 먹었다는데. 『이 공사는 세계건축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작업으로 순간의 오차도 허용되지않는 엄청난 부담은 물론 기술력이 요구됐다. 미국 등 각국의 건축관계자들이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모든 노우하우와 끈기를 바탕으로 작업을 해냈다. 이 브릿지를 공사하는 과정에서 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인근의 사원을 찾기도 했으며 아침마다 기도를 올렸다. 그런 불안속에서도 직원들은 물론 이 공사에 관심을 갖는 모든이들에게 확신을 주기위해 15일의 공사기간동안 브릿지아래에 책상을 갖다놓고 결재를 했다』 ­타워 1공사를 맡은 일본 하자마사와 경쟁이 치열했다는데. 『골조공사에서 뒤진 하자마사가 첨탑부문에서는 뒤질수 없다는 자세로 나와 발주처가 말릴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서로 철저한 견제와 보완속에 첨탑공사시기를 선택했으며 각사가 본국에서 용접공들까지 직접 공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72시간동안 철야작업을 통해 일본쪽을 누르고 역시 먼저 작업을 끝낼수 있었다. 일본쪽에서 삼성의 기술력과 끈기에 마력을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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