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한 가계부채 경고 의무

여신업계 시행 한달 됐지만
모집인 배포광고엔 적용 안돼
카드·캐피털 직원도 잘 몰라


"신용카드 남용은 가계 경제에 위험이 됩니다."(롯데카드)

"과도한 빚, 고통의 시작입니다." (현대캐피탈)

지난해 12월부터 카드 및 캐피털사 등 여신업체들의 광고물에도 경고문구가 삽입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에게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법 시행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드나 캐피털사 소속 대출모집인들이 제작, 배포하는 온ㆍ오프라인 광고물의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및 캐피털사들이 지난해 12월22일부터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ㆍ오프라인 상품 광고에 경고문구를 삽입하고 있다.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른 것인데 이자율은 물론 연체율과 중도상환수수료ㆍ취급수수료 등 상품의 주요 내용도 함께 표기해야 한다. TV나 지면광고를 비롯해 고객들에게 발송하는 안내장이나 DM(다이렉트 메일) 등도 법 적용대상이다.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대부업체에 이어 여신전문업체들도 광고규제를 도입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취지. 그런데 정작 금융계에서조차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전문가는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이 주요 영업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대출모집인들의 광고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들 업종의 80%에 이르는 광고는 대출모집법인에서 하고 있어 제도와 현실 간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여신업계에 앞서 광고물에 경고문구 등을 삽입하고 있는 대부업체의 경우 대부중개업체가 배포하는 광고물에 대해서도 광고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전법 개정안은 '지면이나 시간상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경고문구 등을 게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광고 규제안을 이행하지 않아도 카드사나 캐피털사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금융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여신업계 종사자들 중 상당수가 광고규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런 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