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의 '부활 찬가'

잇단 M&A로 글로벌 인프라 기업 변신
伊 철도·美 빅데이터업체 등 최근 3년간 20여개 업체 인수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 높여
작년 3분기까지 영업익 3조원… 전년比 9% 증가 사상 최대치


일본의 간판 가전업체였던 히타치제작소가 철도·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글로벌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히타치가 이탈리아 방산업체인 핀메카니카가 최대 소유주인 철도 업체 2곳을 인수한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수금액은 2,500억엔(약 2조3,200억원)을 넘어서 이 회사의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신문은 "이번 인수로 히타치가 세계 철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철도사업 부문의 연매출이 4,000억엔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히타치는 지난 2013년 영국에서 철도차량 공급권을 따내는 등 유럽 철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히타치는 11일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미국 펜타호를 600억엔(약 5,500억원)에 인수해 이달 들어서만도 2건의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히타치는 펜타호의 소프트웨어(SW)를 현재 주력하고 있는 인프라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철도운행 상황이나 공장에서 가동하는 생산설비 등 수백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히타치는 2008회계연도(2008. 4~2009. 3)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인 7,80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10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대변신에 나섰다. 주력사업 중 하나였던 반도체를 떼어내고 디스플레이·PC·TV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2012년 9월부터는 아예 TV 생산을 접었다. 최근 TV 해외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샤프·파나소닉보다 2년 반 이상이나 빠른 행보였다.

가전 대신 히타치는 사회기반시설·IT시스템·전력·건설기계·특수전자기기·자동차부품 등 5대 사업구조로 개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역량을 집중했다. 2012년 영국 원자력발전 업체인 호라이즌뉴클리어파워를 500억엔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3년간 20여개 업체를 M&A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말 스위스 ABB사와 송전 시스템 관련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자동차부품 업체 존슨컨트롤스(JCI)와 공조사업 합작사를 만들기로 했다.

이 같은 변신이 성공을 거두면서 히타치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2014회계연도(2014. 4~2015. 3) 3·4분기까지 연결 영업이익은 3,221억엔(약 3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출도 6조8,180억엔으로 전년동기보다 1% 늘었다. 2013회계연도에 매출 9조6,162억엔, 영업이익 5,328억엔으로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후 2014회계연도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2014회계연도 전망치인 매출 9조6,000억엔, 영업이익 5,800억엔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약세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주는데다 인프라 관련 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속도라면 2015회계연도 매출 10조엔 달성 목표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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