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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하단에는 마을의 집들이 이어지고 그 위로 강이 흐른다. 강 건너에는 중첩되는 산들로 원경을 이룬다. 수평의 구도에 하단은 근경, 점차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중경, 원경이 된다. 저쪽 강변엔 가로수가 나란히 줄지어 가고 원산은 완만하게 굽이치는 모양을 띤다. 수평의 구도에 수직으로 솟아오른 가로수와 마을의 나목들이 변화를 이룬다. 두 마리의 흰 비둘기가 역시 수평의 잔잔한 분위기에 생동하는 변화의 요인을 자아낸다.
서양화가 윤중식(1913~2012)의 화면은 수평구도가 지배적이고 해가 질 무렵의 석양의 풍경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석양의 화가'니 '노을의 화가'니 하는 별칭이 이렇게 해서 붙여졌다. 산 위에 고요하게 가라앉는 저녘나절 지는 해의 마지막 빛이 더없이 강렬하게 반영되는 풍경은 단연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어놓는다. 굵은 선으로 대상을 대범하게 처리해나간 묘법도 특이하다.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윤중식 독자적 화풍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글·사진=한솔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