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열쇠 쥔 신격호

침묵 이어지면 '거동·판단 힘든 상황'에 무게
입장 밝힌다면 경영권 분쟁 다시 고조될 수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의 갈등이 표출된 상황에서 이번 주주총회와 관련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침묵을 지킬 경우 '경영상의 판단이 어렵다'는 롯데그룹 측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다시 한번 입장표명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2일 영상을 통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명한 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그 사이 롯데그룹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알츠하이머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소식, 자신이 지지를 표명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알아보지 못하고 수차례 '누구냐'고 물어봤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나서 불식시키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판단이 흐려진 아버지를 등에 업고 신동빈 회장 측을 공격했다는 이야기인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면 또다시 영상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 17일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원톱 체제를 과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후에라도 신동주 전 부회장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함께 별도의 주총 소집 등 향후 계획을 밝힐 여지가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힌다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도 재차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 지분을 갖고 있다.

그룹 창업주인 그의 뜻에 따라 롯데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사주(33%), 관련 계열사(33%) 등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나선다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나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개된 음성 녹음과 영상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를 '한국 롯데홀딩스'로 잘못 말하거나 준비된 원고만 내려다보며 읽는 등의 모습이 담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들은 아직 어느 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하쓰코 여사는 구체적 지분율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윤사 주주이며 신영자 이사장은 신동주·신동빈 형제와 마찬가지로 국내 롯데 계열사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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