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경매시장 "을미년도 기대해"

전세난·저금리에 중소형 주택-상가·오피스텔 인기 여전할 듯
■ 올해도 기대감 높은 경매시장

올해도 경매시장은 저금리와 주택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올해 첫 경매에서 350명이 넘는 응찰자들이 몰려 법정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제공=지지옥션



아직 낙찰가율 낮은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

입지 좋은 다세대도 주목

토지경매 낙찰가율 쑥쑥… 웰빙 열풍 제주도외

유명 귀촌지역 땅도 관심을

유찰 줄어 공급물건 감소… 경쟁률은 더 심해질 듯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S 아파트 경매에 참가한 김모 씨는 예상치 못한 경쟁에 혀를 내둘렀다. 김씨를 포함해 이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뛰어든 응찰자가 30명에 달한 것. 한차례 유찰되 최저 입찰가가 20% 내려갔지만 감정가 8억3,000만원에 육박하는 8억원을 써낸 김 씨는 결국 이 아파트를 1,200만원 차이로 낙찰받지 못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9억7,000만원에 이른다.

김 씨는 "유찰된 물건이어서 경쟁이 심할 것으로 생각 못한데다 감정가 가까이 썼는데도 낙찰받지 못해 아쉬웠다"며 "올해도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경매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일반 매매시장에 앞서 수요자들이 보다 싼 물건을 찾기 위해 경매 법정에 관심을 가지다 결국 매매시장까지 수요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이런 법칙이 무조건 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매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일반 매매시장에서의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경매시장은 신규분양 열기에 가려지긴 했지만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경매시장은 금융위기 후 가장 뜨거웠다"며 "특히 후반기 경매시장의 각종 지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86.2%를 기록하며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평균응찰자 수도 6.7명에 달해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지난해 진행된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에서 20명 이상 응찰자가 몰린 경매 건수는 73건이었으며 감정가 이상의 금액으로 낙찰받은 아파트도 162건이나 됐다.

상가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초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상가의 인기는 경매에서도 지속됐다. 전국 상업시설 낙찰가율은 64.9%로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2년 64.0%를 넘어섰다.

침체를 보이던 토지시장도 경매에서는 분위기가 반전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전국 토지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62.2%, 평균 경쟁률은 2.5대 1로 전년보다 모두 상승했다. 2008년 이후 꾸준히 하락했던 토지경매 지표가 작년에 비로소 반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도 그 분위기를 이어갈지 여부는 투자자들에게 최대의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상황은 특별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여전히 경매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못지 않은 뜨거운 지난해를 보냈던 경매시장. 주택, 상가, 토지 등 경매 시장의 주요 상품들에 대한 올해 전망을 살펴본다.

지난 2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새해 첫 경매법정. 350명이 넘는 응찰자들이 몰려 경매법정 좌석은 물론 내부 통로와 외부 복도까지 응찰자로 가득 찼다. 이날 열린 139건의 경매에서 50건이 낙찰되고 89건은 유찰되거나 취하·변경됐다. 이중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빌라는 26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빌라로는 높은 수준인 86.2%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보이기도 했다. 경매에 참여한 이모씨는 "새해 첫날이라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응찰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매시장의 뜨거운 분위기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시장은 전셋값 급등으로 싼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고 상가시장은 저금리 기조로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의 발길이 늘면서 정초부터 경매 법정이 북적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매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유찰이 줄어든 만큼 공급되는 경매물건이 줄어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이 300조원이 넘는 만큼 금리는 경매시장에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높은 경쟁률과 고가 낙찰 양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인데 금리 변화 기조를 잘 파악해 투자시기를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고가 낙찰 지속될 듯…중대형·빌라에도 관심=중소형 아파트 시장은 낙찰가율이 90%를 넘는 고가 낙찰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주택의 경우 전세에서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사례가 많은데 올해 전세난은 재건축 이주수요와 입주물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아직 낙찰가율이 낮은 85㎡(전용면적 기준)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나 입지여건이 좋은 다세대·연립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31㎡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 이하 규모의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 감소로 인한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아파트 전세금이 상승하면서 다세대·연립에 대한 임차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다세대·연립주택을 임대용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는 잔금 지급과 이주 시기를 면밀히 살펴본 후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낙찰 이후 잔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지만 이전 거주자나 임차인에게 인도받기까지 대개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경매에 내놓은 물건 중 상당수는 일반 매매시장에도 동시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예상 낙찰가율과 매도호가를 비교한 뒤 각각의 경비와 노력을 감안해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저금리 훈풍 타고 인기 지속=상가나 근린상가빌딩,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저금리 기조로 당분간은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형 부동산의 경매는 금리 등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가시설의 평균 낙찰가율은 60%선. 물건만 제대로 찾으면 임대 수익률이 일반 매매시장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할 수 있는데다 신규 상가에서는 불가능한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올해 더욱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가 경매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상가 권리금 법제화다. 기존에도 상가 경매의 경우 가치 산정의 어려움과 영업권 인수 등의 이유로 투자가 어려웠지만 권리금이 법제화되면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우선은 권리금 부담이 없는 상가를 중심으로 투자처를 찾는 것이 좋다.

아울러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투자보다는 부동산 경·공매 펀드나 리츠 등 전문가들을 통한 간접 투자 방식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토지는 지난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탓에 아직은 경쟁이 심하지 않다. 하지만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토지는 투자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지목·용도 등에 따라 투자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토지 경매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심했던 지역은 제주도다. 귀농·웰빙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7월 이후 제주도 토지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100%를 계속해서 넘었다. 올해도 제주도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상가의 경우 경매에 앞서 밀린 관리비 등 추가되는 비용도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토지는 제주도 이외에 유명 귀농·귀촌지역 토지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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