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호가가 너무 올라버리니 망설이는 매수자가 많아요. 추격 매수세가 끊겨서 최근에는 다시 호가가 하향 조정된 상태입니다. 6월 말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네요."(개포동 G공인의 한 관계자)
24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에서는 중개업자와 매수자의 가격흥정이 한창이었다. 중개업자는 매물이 비교적 싸게 나오고 있어 지금이 매입 타이밍이라고 권했지만 매수자는 "강남이라고 해서 예전만큼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값이 더 조정되면 연락하라며 발길을 돌렸다.
4ㆍ1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던 강남권 집값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1억원 안팎까지 뛰었던 실거래가가 최근 다시 내리면서 매도자들의 호가도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이 지역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8억500만원에 거래됐던 주공1단지 50㎡(이하 전용면적)가 이달 20일에는 7억8,5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한 달 새 실거래가가 2,000만원 조정된 셈이다. 주공2단지 72㎡ 역시 지난달 9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이보다 호가를 2,000만원 정도 낮춘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초고층 재건축 허용 호재까지 맞물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11억6,000만원에 거래돼 석 달 새 1억원 가까이 급등했던 82㎡의 호가가 최근 11억3,000만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이처럼 주요 아파트 가격이 조정되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평균 시세도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떨어졌다. 송파구만 0.01% 올랐을 뿐 서초ㆍ강남ㆍ강동구가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가격하락과 거래위축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다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대책 발표 이후 단기 가격급등으로 매도ㆍ매수 호가 격차가 커진 데 대한 부담으로 일시적인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4ㆍ1대책과 별도로 한시 적용되고 있는 취득세 감면 조치가 6월 말 종료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 감면 적용은 잔금 납부일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는 계약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과거 집값 급등기에는 투기자금 유입으로 호가가 뛸수록 매수 문의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가격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어느 정도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실수요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값이 뛰어도 매수자들이 신중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