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글로벌마켓 영업부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환율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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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선물환 규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단하기 어려워 선물환 시장에서 매도ㆍ매수 모두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 주체들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입니다." (국내 A은행의 한 관계자)
"정부가 2년간 유예를 둔다면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결국 시장의 수급제한이 거래 당사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계 B은행의 한 관계자)
선물환을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시시각각 구체화되면서 외환시장은 잔뜩 숨을 죽이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규제가 중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이고 일정 기간 유예를 두고 실행될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거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원활한 시장 기능을 왜곡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선물환 시장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인지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게 주요 은행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은행 외환업무담당 간부는 "정부의 규제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실제 효과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선물환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시장 방향을 예상하지 못해 거래가 매우 뜸해졌다"고 전했다.
지난 9일 신한은행이 중소기업 자금담당자 200여명을 초청해 실시했던 금융시장 전망 세미나에서도 답답해 하는 시장 주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세미나는 반기마다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참석 신청이 쇄도해 조기에 좌석이 마감됐을 정도로 기업 자금담당자들의 불안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선 금융전문가들 역시 외환 등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해 주요 변수들만 나열했을 정도였다.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외국 은행 국내지점 중에서는 선물환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리기 시작했다. 이 참에 아예 선물환 거래지점을 역외로 옮길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2년간 유예를 두더라도 향후 규제가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외국 은행의 국내지점들로서는 선물환 거래규모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해외로 거래지점을 이전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에 비해 정부 규제의 여파를 덜 받겠지만 선물환 거래 비용 상승과 같은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힘들다.
통상 수출기업들을 상대하느라 선물환 매도주문을 많이 처리하게 되는 국내 은행들로서는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선물환을 곧바로 외국 은행 국내지점 등을 통해 팔아 헤징(위험회피)한다. 이때 외국 은행 국내지점들이 정부 규제로 선물환 거래자체를 축소할 경우 국내 은행들로서는 그만큼 헤징에 제약을 받거나 헤징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국내 은행들이 외화차입 등을 통해 헤징하는 방법도 있지만 외화 유동성 비율에 대한 규제한도를 지키려면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