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신설된 '올해의 이민자상'의 최초 수상자로 40여년간 한국의 영세 빈민들을 상대로 인술을 펼쳐온 벨기에 출신의 여의사 마리엘렌 브라쇠르(68·배현정·사진) 전진상의원 원장이 선정됐다.
법무부는 20일 제7회 세계인의 날을 맞아 이민자로서 모범이 된 브라쇠르 원장을 비롯해 이민자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 17명을 선정해 대통령표창 등 정부 포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출신인 브라쇠르 원장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으로 지난 1975년 서울 금천구 시흥동 판자촌에 무료 진료소 '전진상 가정복지센터'를 연 이래 40여년간 총 39만명(월평균 1,500명)의 저소득층을 진료해왔다. 전진상(全眞常)이라는 명칭에는 국제가톨릭형제회의 정신인 온전한 자아 봉헌과 진실한 사랑, 끊임없는 기쁨의 뜻을 담았다. 원래 간호사였던 브라쇠르 원장은 진료소의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1988년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1998년부터는 의원에 호스피스(완화진료) 센터를 개설해 말기 암 환자들의 마지막 삶을 돌보고 있다. 또 브라쇠르 원장과 센터는 1976년부터 소년소녀가장 등 9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을 지원해왔으며 1993년부터는 호적, 임대차 보호, 가족 문제 등과 관련해 무료 법률상담도 해왔다.
법무부는 브라쇠르 원장이 26세의 나이에 고향을 떠나 한국에 머물며 소외된 이웃을 향해 인술을 펼친 것은 물론 좀 더 전문적인 의료봉사를 위해 국내 의사과정을 학습하는 등의 모습에서 이민자의 롤모델을 제시했다고 여겨 이번 상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와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도 각각 대통령표창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설 교수는 새로운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다문화사회에 대한 활발한 학술연구와 저술활동으로 국민의 문화다양성 인식 제고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지역 내 외국인 근로자 2만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했으며 우수한 봉사자 관리를 통해 지역 내 나눔·봉사 분위기를 확산시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무총리표창에는 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이사장,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김선규 가톨릭근로자회관 사무국장, 김호철 천주교전주교구 성요셉근로자의집 사무국장, 숙명여대 다문화통합연구소, 평택대, 아시아공동체학교 등 7명이 선정됐다. 그 밖에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응우옌티응옥젬 등 7명이 이민자가 사회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법무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