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중국진출 다국적곡물메이저 콩값 급등 부추겨

카길·ADM등이 수입물량 80% 독식 ‘시장 장악’
수입관세 인하등 중국 식량안보정책도 값상승 원인
주요 생산국들 재고량 적어 당분간 강세 지속될듯

세계 2위의 콩 생산국가인 브라질은 올해 농민들이 낮은 마진 때문에 콩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생산량이 작년보다 3%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의 한 농부가 가공공장에서 최근 수확한 콩을 고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통신


중국발 콩 가격 급등의 이면에는 세계화를 타고 중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한 다국적 곡물 메이저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메이저들은 중국 콩 수입 물량의 무려 80%를 먹어치우고 있다. 콩이라는 농산물을 수입, 가공 공장을 통해 중국 전역에 콩 기름과 단백질 식품을 공급하며 중국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거대 중국 시장의 콩 수요가 가격 상승을 야기하고 있지만 이들 거대 곡물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공급 체인을 장악하고 있는 역학 구도 때문에 중국 당국의 손을 떠나 콩 가격은 통제 범위 밖으로 나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콩 가격 불안은 우선적으로 공급 부족에 기인한다. 올들어 경기 회복 기대감에 원유 등 원자재 시장과 함께 주요 곡물 가격이 올랐지만 콩 가격이 유난히 급등한 것은 극심한 공급 부족 우려감 때문이다. 콩은 작년 말 최저치에 비해 30%이상 가격이 급등해 옥수수와 밀(10% 이내)보다 상승폭이 크게 높았다. 세계 2ㆍ3위 콩 생산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가뭄 등 기상악화로 부진한 작황실적을 거뒀고 이는 세계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져 미국 내 재고량 감소를 불러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콩 수요가 증가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세계최대의 콩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미 농업국(USDA)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콩 소비량은 2007년 4,600만톤이었으나 2008년 5,000만톤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5,100톤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콩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는 콩을 원료로 하는 대두유(soybean oil)와 대두박(soybean meal)의 수요가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중국이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식생활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득이 증가한 중국인들이 건강에도 좋은 식품을 찾으면서 대두유의 소비가 늘고 있고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소비가 증가하면서 가축사료로 이용되는 대두박의 소비도 급증했다. 이러한 콩 수요 증가는 자연스레 수입량의 확대로도 이어졌다. 중국의 콩 수입량은 2007년 3,100만톤을 넘어선 이후 2008년엔 3,700만톤을 초과했으며 올해에는 4,000만톤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식량안보 정책이 가격 부채질=중국 정부가 국내 콩 재배업자를 위해 무리한 콩 매수 정책을 취한 것이 콩 가격을 더욱 부채질했다. 중국은 현재 식량자급률이 90% 가까이 되지만 콩은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콩 시장은 국제 곡물시장의 충격에 매우 취약한 편이다. 지난해 상반기 콩 수입가격이 40% 폭등했을 때 중국 내 식용유 가격도 30%가량 인상됐었다. 중국 정부는 이와 같은 급격한 가격변동에 대비하고자 비축량 확대 등의 완충장치를 갖추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콩의 공급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관세를 조정했다.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한 곡물의 해외 수출을 제한하고자 2008년 밀, 옥수수, 콩 등에 대해 잠정 수출관세(세율 3~10%)를 부과했다. 앞서 정부는 기업들이 콩 수입을 늘리도록 하기 위해 2007년 콩의 수입관세를 기존 3%에서 1%로 인하했다. 이는 공급량을 늘려 증가하는 수요량을 가까스로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섣부른 시장개입은 역효과를 불러와 시장혼란을 초래했다. 중국 경제신문인경제관측네트워크(EEO)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작년 7월 콩 가격이 1톤당 1만위안에서 3,200위안으로 폭락해 자국 농민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콩을 대거 매입해주기로 결정했다. 당국은 1톤당 3,700위안의 가격으로 중국의 연간 콩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00만톤을 사들였는데 이는 시장을 왜곡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당시 수입산 콩의 가격은 시장가보다 낮은 1톤당 3,000달러에 불과해 중국 내 콩 가공업체들은 중국산 콩 구입을 중단하고 수입산 콩을 사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중국산 콩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정부로부터 매수 약속을 받지 못한 농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결국 시장논리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농민지원 정책으로 인해 수입물량은 더욱 늘어나고 자국산의 생산량 및 판매량은 감소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 중국 내 곡물메이저의 무차별 콩 수입확대=중국에서 콩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것은 다국적 곡물기업이 중국 콩 시장을 장악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에 콩 시장을 카길, 루이드레퓌스, ADM, 번지 등 다국적 곡물메이저 회사들에 개방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외국자본 유치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으로 중국의 콩 시장이 국제시장과 동조화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 곡물메이저는 주로 GMO 콩을 해외에서 수입, 가공해 콩 기름과 단백질 식품 등을 만들면서 중국 시장을 장악해갔다. 이들은 현재 중국에 수입되는 콩의 80%를 사용하며 중국 내 콩 가공공장의 70%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남부자금운용의 리우 차오양 애널리스트는 "중국 콩 시장은 외국계가 독점한 탓에 정부의 시장규제 역량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 콩 가격 상승세 지속될 듯 = 유엔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와 USDA 등 주요 식량관련기구들은 콩 가격의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FAO는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없다면 콩 생산이 13%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작년 비축량이 300만톤에 불과한 등 주요 콩 생산국들의 현재 재고량이 낮은 수준이라 이들 국가가 재고량을 확충하고 중국의 수요 증가분까지 충족시키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급상황이 매우 빠듯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콩 가격 형성에 날씨 변수,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추이, 바이오에너지 시장 상황, 각국의무역정책 변화 및 투기자본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매우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의 김혜인 전임연구원은 '국제 원자재시장의 동향과 경기회복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곡물가격 폭등을 이끌었던 식량자급 목적의 보호무역주의 재발은 곡물시장에 상존하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대체재' 야자유는 생산 늘어 가격 떨어질듯

콩과는 달리 야자유는 생산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메이뱅크의 옹치팅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야자유 시장은 올해 하반기 생산과 수출이 수요를 초과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에 "야자유 평균가격이 1톤당 1,800링깃(약 65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야자유 평균가격은 1톤당 2,192링깃이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인도가 최근 수개월간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했다"며 주요 수입국인 이들 나라의 수입 증가세가 둔화될 거란 점도 야자유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또 세계최대 콩 생산국인 미국이 본격적인 콩 수확기에 접어든다는 점도 야자유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콩은 야자유의 대체재 성격을 띄고 있어 콩의 생산이 증가하면 야자유는 수요가 감소해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왔다. 한편 4년에서 7년 주기로 발생하면서 곡물생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왔던 '엘니뇨' 현상은 올해에는 야자유 생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1ㆍ2위의 야자유 생산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올해 엘니뇨로부터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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