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템포 쉬어 간다.’ 첫날 7언더파, 2라운드 5언더파를 치며 우승고지를 향해 질주하던 최경주(37ㆍ나이키 골프)가 3라운드에서는 1언더파로 주춤했다. ‘나흘 연속 잘 치기는 어렵다’는 골프 속설대로라면 4라운드 폭발적인 분전을 위한 휴식이다. 1타차 단독 2위로 우승 가시권에 있고 무엇보다 마지막 2개 홀 연속 버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터라 그의 기세는 여전히 매섭다. 2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 체스터 골프장(파71ㆍ6,839야드)에서 펼쳐진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첫 경기인 바클레이스 대회(총상금 700만달러) 3라운드. 전날 단독 선두였던 최경주는 경쟁자들이 다투어 버디 행진을 하는 동안 답답한 파 플레이를 거듭했다. 9번홀에서야 겨우 버디를 건진 그는 후반 들어 13, 15번홀 징검다리 보기로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드라이버 샷이 이리저리 흔들렸고 러프에서 자주 세컨 샷을 해야 했던 탓에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도 크게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틀 연속 86%였던 페어웨이 적중률이 64%로, 첫날 83%였던 그린 안착률은 61%로 떨어졌다. 18홀 총 퍼트 수가 전날처럼 28개였지만 스코어를 줄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경주는 각각 파4와 파5인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답답했던 흐름을 끊었고 1언더파 70타로 사흘 연속 언더파 행진에도 성공했다. 3라운드 합계 성적은 13언더파 200타. 이날 단독 선두로 치고 나온 선수는 마흔 살의 중견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였다. 6언더파를 보탠 그는 합계 14언더파 199타의 대회 54홀 최소타 타이를 세우며 최경주에 1타 앞선 단독 선두가 됐다. 2001년 악센추어 매치 플레이 이후 7년째 우승이 없는 그는 최경주가 시즌 2승을 거뒀던 AT&T내셔널에서 중반까지 접전을 펼쳤지만 막판에 무너져 3위에 그쳤던 선수. 브리티시오픈과 US오픈 등에서도 최종일 선두 경쟁을 벌이다가 준우승도 하지 못하다가 사라지곤 해 ‘뒷심 부족’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따라서 최경주는 스트리커와의 마지막 접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뒤쪽에서 추격하는 선수들.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두드러진 25세의 신예 헌터 메이헌(미국)이 9언더파 62타의 불꽃타를 휘두르며 최경주에 1타 뒤진 12언더파 공동 3위까지 따라 붙었고 10언더파 203타로 공동 5위를 이룬 첫날 선두 로리 사바티니(남아공),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인 죠프 오길비(호주), 이날 5타를 줄인 우디 오스틴(미국) 등도 경계 대상이다. 어니 엘스(남아공)와 케니 페리, 스티브 플레시(이상 미국) 등 9언더파 공동 8위 그룹도 역전 우승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한편 앤서니 김(21ㆍ나이키골프)은 이날 이븐파에 그쳐 공동 19위(6언더파 207타)로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