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KB금융과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고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검토해볼 수 있다"고 화답했다. 두 금융지주의 합병 움직임은 당장 메가뱅크 탄생의 환상을 일으키지만 동시에 여러 걱정과 의문을 낳는다.
무엇보다 과연 합병 시너지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소매금융(KB국민은행)과 기업금융(우리은행)에 강점이 있다고 하지만 두 은행 모두 각각의 전문 분야에 특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냥 일반 상업은행이 덩치가 커지면 생산성은 바닥인 공룡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덩치가 커진다고 글로벌 은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합병 후 독과점도 문제다. 두 은행이 합하면 국내 원화예금과 원화대출 중 차지하는 점유율이 각각 45% 정도 된다. 당연히 시장왜곡 논란이 제기된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도 부정적이다. 거대 은행이 흔들리면 국내 금융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대마불사' 은행의 탄생에 따른 정부 정책의 왜곡도 우려된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원칙에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금융 주가는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매각방식도 KB금융이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한데 그렇다면 정부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공적자금 회수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
금융당국이 왜 이리 우리금융 매각을 서두르는지 조급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이 두 금융지주 합병이라는 핵폭탄을 터뜨려 금융시장을 뒤집어놓을 때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심화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경기둔화는 우리 금융회사들에 위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다. 유럽계 은행 등 선진국 은행들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이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더욱이 위기상황에서는 국가경제안보 차원에서 공적 영역의 역할이 더 요구된다. 금융당국책임자 스스로가 지금이 "대공황에 버금간다"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일전에도 촉구했듯이 금융당국은 연내 매각이라고 스스로 정한 스케줄에 얽매이지 말기 바란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금융회사들이 현재의 기회를 잡아 글로벌 차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바꾸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