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CGV와 디즈니의 영화전쟁


지난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외화 '어벤져스', 올해 초 900만을 동원한 '아이언맨3'와 스토리가 연계돼 관심을 모아온 영화 '토르-다크월드'가 지난달 30일 개봉됐지만 집 가까이 있는 CGV에선 볼 수가 없다.

2001년 픽사와 디즈니가 공동으로 만들어 선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 후속작 '몬스터대학교'도 지난 9월12일 개봉됐었지만 역시 CGV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이들 영화를 가까이서 볼 수 없어 아쉬워하고 있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외화 직배사와 국내의 대표적인 영화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가 수익배분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수익배분은 극장과 배급사(투자제작사) 사이에 50대50으로 이뤄져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자리 잡은 방식이다. 다만 우리나라 서울 지역의 외화만 1990년대 이후 40대60으로 외화 배급사들이 10을 더 가져가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당시 한국 영화에 비해 외화의 흥행력이 훨씬 뛰어나 서울 극장들 사이에 출혈경쟁으로 형성된 것이다.

CGV가 이런 점에 주목해 지난 9월부터 특별 대우를 받아온 외화에 대해 50대50으로 수익배분비율을 조정했다.

이에 대해 가장 큰 외화 직배사인 '소니픽쳐스 릴리즈 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 코리아(월트디즈니)'가 "30년 넘게 유지돼온 배분비율을 협의도 없이 일방 통보해왔다"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월트디즈니는 어벤져스ㆍ아이언맨3 등 국내 개봉 외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을 2년 연속 터트려온 초대형 영화배급사다. 국내 1위 멀티플렉스 극장과 초대형 외화 직배사 간에, 골리앗 전면전이 벌어진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더 많은 수익을 챙길 기회를 포기하고 CGV 역시 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 등 경쟁사들에 관객을 빼앗기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토르'의 수익배분비율 갈등으로 극장과 직배사 쪽이 각각 7억~8억원가량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붙인다. 영화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멀티플랙스가 '갑질' 하면서 빚어지는 '갑을 전쟁'이라는 주장, '애꿎은 관객들만 피해를 입는다'며 '영화를 볼 권리'에 대한 언급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수익배분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극장 측은 극장협회를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 지역 외화의 수익배분 비율도 50대50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2006년 스크린쿼터제를 대폭 축소한 후 50대50을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투자제작사들은 영화제작가협회를 통해 오히려 한국 영화의 수익배분비율을 외화 수준으로 40대60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만큼 수익이 배급 쪽에 많이 분배돼 결과적으로 제작환경에 투입돼야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CGV를 비롯해 메가박스ㆍ롯데씨네마 등 대형극장들이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수익비율 조정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왔고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 9월 CGV가 업계 상생차원에서 멀티플렉스 100호점 'CGV 신촌 아트레온'개관식을 계기로 한국 영화는 극장과 배급사 간의 배분비율을 45대55로 높여주고 외화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50대50으로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CGV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밀알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시네마 등 다른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한국 영화에 대한 배분비율 상향조정은 CGV를 따랐다.

CGA가 이처럼 강하게 나설 수 있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기를 맞으면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영화 점유율은 70%에 이르고 있다.

월트디즈니와 CGV의 수익배분비율 전쟁은 겉만 보면 '밥그릇 싸움'이나 '갑을 전쟁'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경에는 장기적인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좀 더 나아가 한류 확산과도 연계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본질을 살펴보는 수고로움을 받아들인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원산폭격'식의 할리우드에 대응해 한국 영화가 생존할 수 있도록 다른 극장들도 반사이익에 안주하기보다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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