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아내같은 꽃과 나무에게 매일 인사합니다"

이재연 베어트리파크 회장
40년간 수십억 투자한 수목원,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개방
먼저 떠난 아내 생각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 실천



SetSectionName(); [리빙 앤 조이] "아내같은 꽃과 나무에게 매일 인사합니다" 이재연 베어트리파크 회장40년간 수십억 투자한 수목원,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개방먼저 떠난 아내 생각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 실천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무위자연론을 설파한 노자는 모든 자연에 도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저 자연이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면 가장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살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송파 이재연(78ㆍ사진) 베어트리파크 회장은 나무와 꽃, 꽃사슴과 반달곰에 사랑을 주고 긴 세월 동안 수십억원의 재산과 정성을 쏟았다. 이 회장이 재계에 몸담았던 젊은 시절부터 주말이면 달려가 40년 넘게 정성을 다해 가꿔온 충청남도 연기군의 생태 수목원 베어트리파크가 지난 5월부터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낯선 외지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온 이 회장이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LG그룹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이 둘째 형님입니다. 7남매 중에 내가 막내였으니 형님, 누님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지요. 대학(연세대 상대) 졸업 후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차녀(고 구자혜 씨)와 결혼했지요. 미국 유학(린필드대 경영학석사)을 마치고 한국은행 외국부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장인의 권유로 금성전선㈜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LG그룹과의 인연이 시작된 겁니다." 이 회장은 금성전선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럭키 비서실장과 상무, 럭키금성상사 전무, 금성통신 사장, ㈜금성사 사장, LG카드 사장과 부회장, LG그룹 고문 등을 거치면서 LG와 긴 인연을 이어왔다. 40여년동안 기업인으로 일해온 그가 식물원 주인이 된 배경은 뭘까. "한국은행에서 정시 퇴근하는 고급 은행원 생활을 하다 보니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더군요.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 함께 어떻게 여가를 보낼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의왕에 땅이 조금 있어서 거기에 나무를 심어 가꿔보자고 마음먹었지요. 해외든 국내든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나무나 꽃이 있으면 하나둘씩 사들여서 농장에 심었어요. 주말이면 극장 한번 가지 않고 마누라와 애들 데리고 농장에 갔지요. 애들은 한창 뛰어놀 때라 신나게 놀고 아빠, 엄마는 일하고 점심 때면 식구가 함께 모여 도시락을 까먹고…. 그게 피크닉이지 별 게 있나요. 그렇게 자연 속에서 생활하니 가정이 늘 화목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부인 얘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고 구자혜 여사는 수목원 일반 개장을 앞둔 지난 4월 나무를 가꾸다 실족해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했다. "우리 부부 금슬이 워낙 좋아 남들이 잉꼬부부라고 했지요. 결혼 50주년이 바로 지난 6월 13일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다 채우지 못하고 나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갔어요.(이 대목에서 이 회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내 산소를 베어트리파크 정상에 마련했습니다. 원래 내가 먼저 가면 누우려고 했던 자리인데 아내가 먼저 떠나니 가슴이 너무 아파요. 베어트리파크에 머물 때면 정상에 올라 아내에게 아침에는 굿모닝 인사, 저녁에는 굿나잇 인사를 합니다. 아내도 우리가 함께 가꾼 자식 같은 수목원을 굽어보면서 외롭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다시 수목원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 "지인이 캐나다 앨버타산 엘크 사슴을 선물로 줬는데 번식을 잘 해서 나중에는 20마리까지 불어났어요. 74년에 사슴 20마리를 팔아서 베어트리파크 자리인 충남 연기군에 5만평(16만 5,200㎡)을 구입해 의왕 수목원 나무들을 옮겨 심었지요. 그러던 중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의왕 수목원이 국가에 수용되면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됐고 그것을 기점으로 아예 베어트리 파크로 옮겼습니다." 자리를 옮긴 지 20년이 지난 지금 베어트리파크의 대지는 11만평(36만㎡)으로 2배 이상 넓어졌고 1,000여종, 40만여 그루의 꽃과 나무, 150여 마리의 반달곰, 300여 마리의 꽃사슴, 1,000여 마리의 비단잉어 등 동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수목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동식물이 함께 사는 수목원은 흔치 않다. "나무가 점점 늘다 보니 정적인 수목원에 살아 움직이는 뭔가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우연한 계기에 곰과 비단잉어를 생각해냈지요. 모아둔 돈으로 곰 10마리를 샀어요. 곰이 매우 온순하더라고…. 자식처럼 키우다 보니 새끼를 낳고 또 낳아 대가족이 됐습니다. 비단잉어는 원조국으로 알려진 일본으로 건너가 '애린회'라는 일본의 전통 비단잉어 애호단체에 간곡히 부탁해 분양받았습니다." -식물도 국내에 없는 희귀종이 많던데요. "LG에 근무하면서 외국 출장 갈 일이 많았는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아름다운 꽃이나 특이한 나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갖고 들어왔어요. 몇 년 전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일본의 한 농장에 벤치마킹하러 갔다가 꽃창포(일종의 아이리스)가 너무 아름다워 농장 주인에게 특별히 부탁해 2,000포기를 분양을 받았어요.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들어올 때 흙묻은 식물은 소지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꽃잎들을 다 자르고 줄기만 남긴 상태에서 흙까지 씻어내 일일이 비닐에 싸서 당시 함께 동행한 아내와 아들, 농장 직원들이 배낭에 나눠지고 배낭여행자처럼 '변장'하고 갖고 들어왔지요. 덕분에 우리 수목원에는 6월말이면 꽃창포가 아름답게 꽃을 피웁니다." -일반에 개방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시지요. "우리 가족만 즐길 수 있는 농장의 규모를 넘어섰고 이제 나도 나이가 들면서 관리하기 힘겨워졌어요. 이 공간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해보니 관광용 수목원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특히 잊을 수 없이 아름다웠던 캐나다 빅토리아 섬의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 스토리가 일반 개방에 중요한 계기가 됐죠. 부차트 가든의 주인인 부차트 씨는 그 지방에서 채석한 석회석으로 시멘트를 생산해 엄청난 부자가 됐는데 자연의 덕을 입어 번 돈으로 뜻 있는 일을 해서 자연에 진 빚을 갚자고 제안해 환상적인 부차트 가든이 탄생하게 됐다고 합니다. 저도 노력과 봉사가 깃든 베어트리파크를 일반에 공개해 궁극적으로 작게나마 내가 받은 모든 것들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목원을 가꾸시는데 기업 경영을 해본 경험이 도움이 되시나요. "농장이나 회사나 경영 방식은 비슷합니다. 나보다 훌륭한 남의 것을 보면 스스로 발전해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60년대 후반 럭키(현 LG화학) 상무 시절에는 회사가 자금난을 겪자 인조피혁을 만들어 신시장을 개척하기도 했고 77년 금성통신(현 LG전자) 사장으로 일할 때는 다기능 키폰을 내놓아 회사 재건의 초석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업에 몸담고 있을 때 이 회장의 별명은 '재계의 타이거'였다. 한 번 물면 호랑이처럼 꽉 물고 놓지 않는 그의 집념과 의지를 표현하는 말이었다. 그의 별명은 수목원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 회장은 배당과 월급, 상속 받은 재산까지 모두 털어넣을 정도로 많은 돈을 수목원에 투자했다. 돈에 대해 그는 이렇게 잘라말한다. "돈은 계산기 두드릴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 자기 돈이 아닙니다. 머리로 셀 수 있을만큼만 있으면 됩니다. 순리대로 사는 게 좋아요. 그렇게 살라고 자연이, 자연이 가르칩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에 대한 철학을 한 말씀 들려주시죠. "자연이란 건 오늘 뭔가를 했다고 해서 내일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법입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지요. 그런데 신기한 건 자연은 주인이 정성을 들인 만큼 보답한다는 겁니다. 되돌아보면 제 일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 씨 뿌리고 꽃과 나무를 가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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