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 주식 직구(직접구매)'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시장 전체를 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었지만 올 들어 해외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규모가 커졌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주요 증시가 강세를 보였고 증권사 해외 투자 창구 증가, 원화 강세 등의 원인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 높아졌고 특히 애플·테슬라모터스 등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해외 종목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서비스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애플로 1,304억원어치가 거래됐다. 뒤를 이어 유럽 하이일드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유로 하이일드 회사채 상장지수펀드(ISHARES EURO HY CORP BND ETF)'가 1,190억원, 테슬라모터스가 905억원 수준으로 거래됐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156억원이 거래돼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한 해외주식 중 거래대금 순위 20위를 자치했지만 올 들어 거래대금이 8배 넘게 증가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테슬라모터스(161억원) 역시 지난해 17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거래대금 상위 종목 20개 중 개별 종목 비중은 25.68%(3,760억원/1조4,642억원)였지만 올 상반기는 38.65%(4,231억원/1조947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거래대금 상위 종목은 대부분 ETF였다. 미국 증시 상승세로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상장지수펀드(ISHARES CORE S AND P 500 ETF)'가 2,902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유럽·호주·극동시장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트러스트 유럽·호주·극동 지수 펀드(MSCI ISHARES TRUST MSCI EAFE INDEX FUND)'가 2,632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CSI300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인 '중국 화샤기금 CSI300 지수 상장지수펀드(CHINAAMC CSI300 INDEX ETF)'가 1,792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종목 직구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해외 종목들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의 성향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해외주식팀장은 "해외 주식 직구족들이 처음에는 ETF로 접근했는데 점차 ETF 구성 종목을 살펴보고 시장 투자에서 종목 투자로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최근에는 증권사에서 해외 종목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늘었고 국내 글로벌 기업을 분석할 때 경쟁 관계에 있는 해외 업체들을 함께 분석하는 경우도 많아 국내 주식시장의 대안 투자로 해외 종목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ETF와 해외 종목 투자는 거래방법과 세금 등 대부분이 동일하지만 위험 관리 측면에서 개별 종목은 해당 업체의 개별 리스크가 있다.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거꾸로 더 크게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살펴보면 한글로 기본적인 해외 업체의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가 있어 투자할 때 반드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김세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반 투자자들이 해외 종목 투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외 주식 직구를 할 때 증권사 HTS를 통해 한글로 제공되는 재무제표, 기업개요와 주마다 제공되는 종목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키움증권은 애플과 테슬라모터스 이외에 관심을 가질 만한 해외 종목으로 올 1·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델몬트, 미국 한파 영향에도 불구하고 1·4분기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신발 판매업체 스케쳐스, 위성방송업체인 디렉TV를 인수한 AT&T 등을 꼽았다.
다만 여전히 거래상위 20개 리스트에는 종목보다 ETF나 펀드가 많아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 획득이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점차 급증하고 있어 해외 개별 종목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 종목에 대한 정보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외화주식 거래대금은 2012년 29억달러에서 2013년 55억달러로 늘었고 올 1·4분기는 17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4분기(13억달러)보다 4억달러나 늘었다.
이 팀장은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에 대한 정보 제공량이 늘었지만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정보의 질과 양, 매매의 편의성 측면에서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또 해외의 경우 다른 국가 주식을 거래할 경우 몇 년에 걸쳐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양도소득세를 내게 하는 것도 해외 주식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에 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