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경쟁력 칠레 보다 낮아" 재경부 "한미FTA는 필수" 강조하려 '경제 위기론' 제기 규제완화 中 30위, 泰 32위, 한국 53위 소득양극화는 英·스웨덴·日·獨 보다 높아
입력 2007.04.03 17:34:24수정
2007.04.03 17:34:24
‘칠레보다 낮은 국가경쟁력, 미국에 버금가는 소득 양극화, 식어버린 성장엔진….’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과장됐다’며 적극 방어하던 정부가 앞장서서 ‘한국 경제 위기론’을 제기했다. 특히 이 같은 위기론이 나온 곳이 최근 재계 등에서 위기론을 제기하자 ‘침소봉대됐다’며 고위관료들이 일제히 반박에 나섰던 재정경제부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재경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2일 배포한 자료에서 ‘소득 양극화가 개선되고 있다’ ‘경제위기론은 과장됐다’ 등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경제진단을 내렸다.
◇중국보다 못한 정책 일관성=재경부는 한미 FTA 설명자료에서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를 인용, 우리 국가경쟁력이 칠레보다도 못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1인당 국민소득(GNI)이 4,910달러(2004년 기준)에 불과한 칠레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24위인 반면 한국은 38위라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동시장 유연성, 규제완화, 정책 일관성 등에서도 한국은 중국보다 후진국이라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분야의 경우 중국이 9위인 반면 우리는 46위다. 정책 일관성도 중국이 25위로 우리(49위)보다 월등히 높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규제완화 부문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은 53위에 그친 반면 중국 30위, 대만 28위, 태국이 32위 등으로 우리의 경쟁국은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어가는 성장엔진,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재경부는 이 같은 지적을 하며 경제성장의 주된 원동력인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는 한마디로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재경부는 또 자료를 통해 소득 불균등 수준은 주요 국가에 비해 아직 양호한 수준이지만 소득 양극화 현상은 최상위권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5개국과 소득양극화지수(ER)를 비교해보면 미국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한국이다. 영국ㆍ스웨덴ㆍ일본ㆍ독일ㆍ프랑스 등보다 한국이 소득 양극화의 골이 더 깊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대해 신랄한 지적을 한 재경부가 내린 결론은 미국과의 FTA 체결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95년 이후 계속 1만달러대에 정체하면서 장기 성장침체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현 우리 경제에 한미 FTA가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