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방호(왼쪽)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자신에 대한 강재섭 대표의 사퇴 요구 이후 1일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차를 마시면서 착잡함을 달래고 있다. 옆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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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갈등 최대 고비
姜대표-李총장 사퇴공방으로 세대결 양상속오늘 긴급 최고회의 소집 공천기준 완화 논의김무성위원 공천 가능땐 내홍 수습 실마리
홍재원 기자 jwhong@sed.co.kr
이방호(왼쪽)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자신에 대한 강재섭 대표의 사퇴 요구 이후 1일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차를 마시면서 착잡함을 달래고 있다. 옆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오대근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이 총장이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반발함에 따라 오는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갈등이 이날 하루 긴박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번 충돌이 친이(親李) 대 친박(親朴ㆍ박근혜 전 대표)의 세 대결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강 대표마저 갈등의 소용돌이로 뛰어들어 당내 권력투쟁이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립의 박근혜-이명박 진영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자 당 지도부가 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공천규정 3조2항의 탄력적 적용을 결의하기로 해 내홍 사태가 '수습이냐 파국이냐'의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강재섭ㆍ이방호 충돌=강 대표는 이날 새벽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당 대표로서 사무총장과 함께 일할 수 없게 됐다"며 "당원들이 대표가 옳은지 사무총장이 옳은지 판단해 대표가 옳으면 이 총장이 물러가고 사무총장이 옳으면 내가 물러갈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 총장은 그러나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어떤 경우라도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당헌ㆍ당규에 충실하게 공천심사를 하겠다"고 맞섰다.
그러자 양측 대립은 박근혜-이명박 진영의 전면전 양상으로 번졌다. 박 전 대표 측은 이참에 눈엣가시 같은 이 총장을 밀어내겠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70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모임을 갖고 ▦공천규정 3조2항을 적용하려면 선거법 위반자도 포함시킬 것 ▦이 총장의 즉각사퇴 등을 요구하며 "관철되지 않으면 행동을 통일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반면 이 당선인 측 핵심 인사들도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은 "강 대표가 대국민 약속을 번복하고 당을 부패정당으로 만들려고 한다. 물러날 사람은 이 총장이 아니라 강 대표"라며 '강 대표 사퇴요구' 등 역공카드까지 거론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로 분류되는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이날 회견을 열어 "3조2항을 훼손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당규가 지켜지지 않고 과거로 회귀한다면 더 이상 한나라당에 있을 필요가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경고했다.
◇2일 최고위원회의가 고비=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해로 빚어진 일인 만큼 누가 사퇴하고 그럴 일이 아니다. 공심위 심사에서 당규를 유연하게 적용하면 된다"며 중재에 나섰다. 지도부는 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부패전력자의 공천신청을 금지한 3조2항을 탄력적으로 해석, 벌금형 전력자도 공천신청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박 전 대표 측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공천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사태수습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날 이 당선인은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56세 생일을 하루 앞둔 박 전 대표에게 생일축하 난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임 비서실장과 박 전 대표 간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공천문제 등 당내 현안과 관련된 간접 메시지가 교환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당선인 측이 주도하는 공심위와 박 전 대표 측이 이를 동시에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공심위 측은 최근 지도부의 똑같은 권고에 대해 "당 지도부가 공심위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당규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측에는 이 기회에 공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팽배해 있다. 2일 양측의 입장정리에 따라 한나라당은 '휴전' 또는 최악의 파국이라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