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골프가 지난주 말 미국 그린에서 다시 진가를 확인했다. 양용은(37ㆍ테일러메이드)의 미국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제패의 감동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31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의 신세대 안병훈(18)과 허미정(20ㆍ코오롱)이 아마추어와 프로 골프무대에서 동반 우승하며 또 한번 ‘코리안 데이’를 이뤄냈다. ‘탁구 커플’ 안재형(44)ㆍ자오즈민(46)의 아들인 안병훈은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 정상에 올라 109회를 맞은 최고 권위 대회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신예 허미정은 한국 국적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80승을 채워 의미가 더했다. 안병훈은 이날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파70ㆍ7,093야드)에서 36홀 매치플레이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벤 마틴(미국)에게 무려 7홀 차 완승을 거두고 대회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 됐다. 오는 9월17일이 18번째 생일인 그는 지난해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19ㆍ이진명)가 세운 18세 1개월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바꿔 쓰는 기염을 토했다. 또 이 대회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국적 선수로도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린 안병훈은 아마추어 신분을 계속 유지할 경우 우승자 특전에 따라 내년 마스터스와 US오픈ㆍ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할 수 있다. 캐디를 맡은 아버지와 함께 결승에 나선 안병훈은 지난 2007년 PGA챔피언십이 열렸던 험난한 코스를 잘 요리해나갔다. 팽팽히 동률을 이루던 15번째 홀부터 3개 홀을 내리 이겨 전반 18홀에서 3홀 차 리드를 잡은 그는 오후 경기에서도 상대를 압도했고 6홀 차로 앞서던 13홀(총 31번째 홀)을 따내 남은 홀의 수가 리드 폭보다 적어지면서 항복을 받아냈다. 같은 날 허미정은 미국LPGA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허미정은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GC(파72ㆍ6,546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7타를 줄여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4타 차 공동 9위로 출발한 그는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미셸 레드먼(미국)과 동률을 이룬 뒤 두번째 연장전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아내며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박)세리 키즈’ 세대로 2005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를 지낸 허미정은 지난해 LPGA 2부 투어에서 실력을 가다듬어오다 올해 정규투어에 뛰어든 루키. 전날 공동 2위였던 이선화는 미셸 위와 함께 공동 4위(11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