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이 최근 파격적인 출산장려정책을 내놓았다. 둘째 자녀 보육료 50% 지원, 넷째 아이를 낳으면 1,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보육비 전액을 지원한다.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역시 부자동네는 달라”라는 부러움과 “돈 준다고 아이를 더 낳을까”라는 냉소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맹정주(62ㆍ사진) 강남구청장은 이 같은 세간의 시선에 대해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임팩트를 줘 자녀를 많이 낳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지 구의 정책 홍보를 위해서나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절대 아니다”며 “출산정려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민원실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댄스 페스티벌 등 각종 축제 등을 취소한 돈으로 예산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양육비ㆍ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특히 높은 사교육비는 저출산 현상의 주범으로 꼽힌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를 책임지고 있는 맹 구청장도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는 출산율 제고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 한다. 해법은 공교육 강화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이를 안 낳은 이유는 양육비와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 부담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학교 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 관내 학교 환경시설 개선에 지금까지 25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지난해부터는 영어와 한자교육을 강화하고 방과후학교를 확대하는 등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집중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맹 구청장이 말하는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공교육 강화 대책이다. 강남구청은 2006년부터 초등학교 빈 교실에 레스토랑, 공항, 은행 등 다양한 테마의 체험시설을 갖춘 ‘영어체험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3개로 시작한 영어체험센터는 현재 12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2학기부터는 초등학교 30곳, 중학교 21곳에서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맹 구청장은 “방과후에도 저녁 9시까지 학생들을 돌보는 온종일학교 4곳을 시범 운영하고, 방학 중에는 캠프를 운영한다”며 “이 모든 것이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내야 하는 비용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저소득층은 무료이고, 2만~3만원이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올 여름방학에는 15개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서울 시내 자치구들 사이에 교육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내년부터 희망고교를 골라 지원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우수 학생을 다른 구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학교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관내에 대학진학률이 높은 ‘준특목고급’ 학교가 많은 강남구는 많은 자치구들의 견제 대상이다. 강남구도 올해 교육예산을 60% 이상 증액했다. ‘교육특구’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다. “강남구에는 특목고가 없다. 관내 우수 학생들이 다른 구에 있는 특목고로 빠져나간다. 다른 자치구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올해부터 ‘명문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전체 교사들이 휴일도 반납한 채 아이디어를 짜냈다. 학생ㆍ학부모ㆍ교사들이 힘을 모아 특목고 못지 않은 경쟁력 있는 학교로 만드는 게 목표다.” 맹 구청장의 강남구 명문고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다. 또 강남구는 ‘인터넷 수능방송’을 지난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연회비 3만원이면 강남지역의 유명 입시학원 강사는 물론 특목고 등 현직 교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전국 119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어 타 시ㆍ도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다. 전직 구청장 시절부터 사업이 시작됐지만 맹 구청장 취임 이후 회원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누적회원 수가 90만명이 넘어섰다. 이에 대해 그는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강원도 산골지역 학생이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하고 강좌를 더 다양화하고 내달 방학과 동시에 고교 상위권 10% 이내 학생을 타깃으로 한 최고난이도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