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한류의 중심지인 베트남에서 최고 미남 미녀 모델은 배우인 장동건ㆍ김남주씨다.
또 휴대전화망 서비스는 물론 각종 전자제품ㆍ자동차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산은 베트남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에서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닮고 싶은 주 대상이다.
일본과 동남아ㆍ중국 등지에서 거세게 일었던 한류열풍이 최근 시들해지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지난해 말 현지에서 확인했던 베트남에서의 이런 현상은 아직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듯했다. 그런데 현지 주재원들이 보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경제 분야 쪽에서는 이상기류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익만 챙기는 교역은 부작용
지난 92년 우리나라와 수교한 베트남은 연간 약 42억달러(2005년 기준. 한국의 수출액이 36억달러) 규모의 교역량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의 6위 교역국이면서 현지 투자규모 역시 4위(약 57억달러. 2005년 2월 말 누적인가기준)에 오를 만큼 양국은 주요 교류 파트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은 실익만 챙겨간다’는 비판이 베트남 경제인들 사이에서 조금씩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경쟁상대인 일본은 호찌민 신공항과 호찌민-하노이간 고속도로 건설 등 각종 사회간접 인프라를 중심으로 무상지원 등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한국은 눈에 띄는 공헌이 없다는 것. 수교 이래 상당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한국이 ‘물건을 파는 데만 신경쓰고 있다’는 정서가 현지인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기관의 한 현지 주재원은 “이러다 보니 한때 기세를 올리던 국산 자동차 판매가 근래 일본에 크게 밀리기 시작하는 등 곳곳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5년 내에 된통 당할 것이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수출 3,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11위의 경제 강국인 우리나라는 그러나 대외지원 활동에서는 상당히 미흡하다. 해외원조(ODA) 규모를 보면, 2005년 기준 국민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0.096%로 선진국 평균치인 0.33%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파격적인 ‘원조 외교’를 펼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아프리카 48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던 제 3회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2009년까지 원조규모 2배 확대 ▦향후 3년간 30억달러 유상원조 등의 선물을 안겨줬다.
세계 무역시장에서 자국 상품ㆍ서비스만을 일방적으로 판매하는 ‘일방주의’는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쪽이 대부분의 수익을 거둬가는 교역구조에서는 특히나 그에 상응하는 원조ㆍ지원 등을 요구하는 일명 ‘상호주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경제발전 속도를 높여가는 나라의 주요 제도들이 뒤처져 있다면 부를 창출하는 잠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적합성의 법칙(Law of Congruence)을 역설했다. 이 같은 논리는 국제 교역시장에서도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즉 심각한 불균형 구조를 보이는 국가간 교역에서 상대국에 대한 지원이나 배려가 없다면 양국간 마찰이 커져 결국 교류 축소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우위에 있는 국가가 교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의 창출 잠재력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상원조·지원사업 확대해야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경제위상에 걸맞게 후발국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따가운 시선도 이제는 정말 의식해야 할 때다.
드라마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시작된 한류열풍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며 한국, 한국인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그 가치가 이제는 산업 분야 쪽에도 싹터 확산돼야 한다. 우리 경제규모나 여건에 걸맞은 해외원조ㆍ지원사업 등을 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확대해간다면 산업 분야의 한류도 분명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 어떤 세일즈나 외교력 보다도 큰 힘을 발휘, 현지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안정성을 크게 높여주는 효과도 낳는다. 아울러 진정 한국이 책임 있고 당당한 세계 경제강국으로 평가받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산업 한류가 그래서 꼭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