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조작 의혹 여파로 2주밖에 남지 않은 2월 임시국회 운영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여야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여부를 두고 맞붙으면서 국회 일정을 볼모로 한 지루한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문건 조작은 유신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국조를 통한 사실규명과 특검을 통한 엄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회 소통위원장인 송호창 무소속 의원도 "증거 위조는 명백한 범죄일 뿐 아니라 법원의 재판제도를 부정하는 심각한 사건"이라며 민주당의 주장을 지원사격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아직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이 나서 문서 위조를 기정사실화하며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외교적 마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딴 나라 정당'이 아니라면 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특검 도입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고조되자 정치권에서는 2월 국회가 결실을 맺지 못하고 공회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를 받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받은 것을 규탄하기 위해 전국 동시 거리홍보전을 열었다. 지난해 100일 넘게 서울시청에서 장외투쟁을 벌였던 김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석 달 만에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17일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의혹까지 더해져 정청래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의원들이 정보위 소집을 요구하며 국정원을 항의방문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 정보위원회 위원의 명의로 사건의 진상을 따지기 위한 정보위 소집 개최 요구서를 제출한다"며 "중국 대사관이 공식적으로 서류가 위조됐다고 밝힌 마당에 새누리당도 정보위 개최에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만일 여야 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국회가 파행한다면 기초연금 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여야가 추진하는 주요 법안 심사는 4월 이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정보를 받아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유우성씨가 탈북자 명단, 한국 정착 상황 등의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간첩 혐의로 구속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14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이 사건과 관련, 화룡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등 문서 3건이 위조됐다는 주한중국대사관의 확인 내용을 공개하면서 법정 증거조작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