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불황 속에서도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공격적 마케팅, 기후변화, 제품 교체주기 등이 맞물리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 김연아 에어컨(오른쪽)과 LG전자 디오스 양문냉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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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에서도 에어컨 등 생활가전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업계의 불황 극복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최근 기후변화 등에 따른 가전 수요 증가를 최대한 활용해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또한 김연아 효과로 요약되는 광고모델 파격 기용과 예약 판매 등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곁들여 불황 극복을 넘어 올해를 ‘가전 대박’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게 가전업계의 마케팅 전략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계절적 요인에 상관 없이 판매량을 늘리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피겨요정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대박을 터뜨렸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을 제패하자 하우젠 에어컨 판매량이 한 달 만에 3배 가량 뛰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김연아 에어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고 광고모델을 교체하는 등 절묘한 마케팅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 달 1일부터 14일까지 신세계백화점에서 에어컨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90%나 증가한 가운데 삼성 에어컨 매출 신장률은 무려 123.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도 지난 1997년 국내 최초로 겨울철 에어컨 예약판매를 실시한 이래 10년 넘게 이 행사를 지속하고 있다. 할인 등 각종 이벤트 덕에 겨울철 판매량만 전체의 20~30%에 달한다. 겨울철 예약 판매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 1분기 예약 판매는 전년보다 10% 정도 늘어났다.
기후변화도 생활가전 판매 증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이른 무더위가 최근 지속되자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한 것. LG전자는 지난 4월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70% 증가했고 5월엔 무려 전년 동월 보다 3배 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무더위가 에어컨 수요를 높이고 있다”며 “성수기가 5월로 앞당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전자업계는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교체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에어컨만 놓고 볼 경우 지난 1995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뒤 10년이 흐른 지난 2005년부터는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사치품으로 여겼던 가전제품들이 점차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90년대 중반 제품을 구입했던 이들이 대거 신제품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가을 김장철에 특수를 누렸던 김치냉장고도 생필품화 하면서 다양한 시즌에 판매되고 있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봄 혼수시즌에 딤채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올 한해 각종 할인과 이벤트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