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런던 소재 골드만삭스 영국지부 고층 대회의실에 이 회사 고위임원 1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이 자리에 앉자 동영상 한편이 상영됐다. 한 대형 금융사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다른 은행들이 해당 금융사와의 거래를 속속 끊는다는 내용이었다. 동영상에서 위기에 빠진 금융사의 고위임원은 골드만을 찾아와 거래를 유지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윽고 화면에는 '거래를 끊어 골드만을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거래를 유지해 금융시장 붕괴를 막을 것인가'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불이 켜지며 장시간의 열띤 토론이 시작된다.
'월가의 황제'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가 이후 회의실로 들어와 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연을 한다. 이후 동영상에서는 지난 1970년대 고객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으로 골드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거스 레비 전 CEO가 나와 회사의 인간적 책임, 팀워크 등을 강조한다.
금융위기 이후 월가 대형은행들 앞에 '탐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가운데 골드만에서는 이 같은 오명을 벗기 위한 실험이 한창이라고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골드만은 직원교육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강화했고 블랭크페인 CEO가 직접 첫번째 세션의 진행을 맡기도 한다. 골드만은 이러한 변화를 '유모와 같은 골드만'이라는 말로 정의한다. 고객을 단순한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고객에게 상품투자를 통한 예상수익을 정확히 제시하고 파생상품을 판매할 때는 예상손실을 상쇄할 수익원천이 없다면 판매를 금지한다. 직원 개개인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던 임금도 팀의 업무 기여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등 임금수술도 진행하고 있다.
골드만의 실험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이미지 변신을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회사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고 경영진이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골드만의 한 고위임원은 "고객의 신뢰가 없다면 회사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고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험이 골드만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겉으로는 고객친화적인 골드만을 표방하지만 사업의 최우선순위를 자기자본투자에 두는 등 이율배반적이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자본투자란 은행이 고객 투자금이 아닌 자사의 자본을 투자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올 상반기 골드만의 자기자본투자 수익 총액은 투자은행(IB) 부문을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