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 부진·전산사고 책임… 농협 최고위층 일괄 사퇴

금융지주 회추위 구성

최근 사의를 표명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농협의 고위임원들이 일괄 사퇴했다.

농협중앙회는 24일 윤종일 전무이사와 김수공 농업경제대표이사, 최종현 상호금융대표이사, 이부근 조합감사위원장이 이날 일괄 사퇴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5일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성희 감사위원장을 제외하면 9명의 최고경영진 가운데 최원병 중앙회장과 남성우 축산경제대표이사, 신충식 농협은행장만 자리를 지키게 됐다.

후임 경영진이 선출될 때까지 남 대표가 용퇴한 임원 4명의 권한을 대행할 예정이다.

농협 내부에서는 이번 고위임원의 일괄 사퇴를 '인적쇄신' 차원으로 풀이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농협 쇄신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용퇴했다"며 "경영성과 부진과 전산사고 등으로 농업인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다소 부족했다"며 고위임원들의 일괄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농협은 지난해 3월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신경분리(신용사업부문과 경제사업부문 분리) 이후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출범 첫해였던 농협금융의 순이익은 4,50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1조128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STX그룹의 구조조정 여파로 최근 경영성과 역시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 기준 농협이 STX그룹에 빌려준 여신 총액은 2조2,300억원에 이른다.

특히 2011년 금융전산망 해킹 사태에 이어 올 3월 불거진 '3ㆍ20 전산대란'은 이번 농협 고위층의 일괄 사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차기 금융지주 회장 선출을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농협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외이사 2명, 외부전문가 2명, 회장 추천 1명 등 모두 5명의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회추위는 27일 1차 회의를 소집해 위원장을 선임한 후 회장 후보 선임 기준, 절차 및 방법을 결정하는 등 본격적인 후보자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회장 후보 추천은 공모제보다는 외부 헤드헌팅업체와 내부추천을 통해 후보풀을 구성한 후 적임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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