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파간 충돌 '내전 위기'

수니파 무장세력, 시아파 성지 파괴…시아파 "피의 보복"

이라크 종파간 충돌 '내전 위기' 수니파 무장세력, 시아파 성지 파괴…시아파 "피의 보복" 이재용 기자 jylee@sed.co.kr 이라크 시아파 무장세력들이 22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인근의 빈민촌인 사드르시에서 수니파의 시아파성전 파괴에 분노를 표시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사드르=AFP연합뉴스 이라크가 시아파와 수니파의 이슬람 종파간 정면충돌로 내전 위기를 맞고 있다. 시아파 성지가 수니파에 의해 공격 당하자 이에 분노한 시아파 무장세력들이 수니파 사원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서는 등 양측간 ‘피의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시아파와 수니파가 모두 참여하는 대연정 구상에 먹구름이 끼게 됐으며, 두 종파간 충돌이 확산될 경우 이라크는 전쟁상황을 능가하는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아ㆍ수니파 성지파괴와 보복공격 사건의 발단은 수니파로 추정되는 무장세력 10여명이 22일 오전(현지시각) 경찰 복장을 하고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00㎞ 가량 떨어진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사원을 급습, 폭탄을 터뜨려 사원의 황금돔을 파괴한 것. 아스카리야 사원은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혈통을 잇는 후계자로 여기는 제10대 이맘(종교지도자)인 알리 알-하디와 그의 아들로 11대 이맘인 하산 알-아스카리 영묘가 있는 곳이다. 이에 시아 무슬림들이 즉각 보복공격에 나서 이라크 전역의 수니파 사원 90곳을 습격하고 수니파 성직자 3명을 포함해 7명을 살해하는 등 유혈사태가 속출했다. ◇내전 위기 고조 시아파 무슬림들은 이번에 공격 받은 아스카리야 사원을 최고의 성지 중 한 곳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스카리야 사원에 대한 공격은 시아파의 분노를 촉발할 수 밖에 없으며 저항세력은 이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아파 사이에서는 총궐기 해 수니파에 대한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시아파의 보복전이 격화될 우려가 높다. 바그다드 무스탄시리야대학의 하짐 알 나이미 교수는 “시아파 입장에서 아스카리야 사원 공격은 모든 무슬림의 성지인 메카를 공격한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이 사건이 이라크를 내전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지도자들 자제 촉구 수니파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우리는 이라크의 화합을 노리는 중대한 음모에 직면해 있고 내전 위험을 막기 위해 모두 단결해야 한다”며 양측의 자제를 호소했다. 각국 정상들도 사태확산을 막기 위해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모든 이라크인들은 비극을 자제하고 이라크 법에 따라 정의를 추구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범인들의 동기는 종파간 폭력을 유발해 민주주의 정착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제임스 제프리 미 국무부 이라크 담당 수석 보좌관은 아스카리야 사원에 대한 폭탄 공격이 알-카에다에 의해 자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시아ㆍ수니파 분쟁 배경 이라크 인구 2,600만명 중 약 60%가 시아파 무슬림이고 나머지가 쿠르드족(15∼20%)과 아랍족(15%) 수니파다. 그러나 권력은 주로 수니파들이 독점해 왔다. 특히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이 1979년 대통령이 된 뒤 23년여 동안 통치하면서 시아파는 정치에서 소외되며 혹독한 설움을 겪었다. 시아파는 1991년 걸프전 직후 후세인 정권의 장악력이 약화된 틈을 타 남부지역에서 반란을 일으켰지만 후세인의 공화국수비대에게 무자비하게 진압당하기도 했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미국의 공격을 받고 무너진 뒤 시아파는 건국 이후 80여년만에 처음으로 완벽한 정치 주도세력으로 등장했지만 오랜 기간 권력을 독점해온 수니파의 저항으로 고전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2/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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