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004940]의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시세조종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은 가운데 검찰이 론스타의 탈세혐의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론스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론스타는 지난달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비밀유지약정서(CA)를 국내 주요 금융사들에게 발송한데 이어 조만간 유력 인수후보사에 매각정보안내서(IM)를 보낼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외환은행이 국내 은행들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 것도 매각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즉, 매각정보안내서에는 외환은행의 지난해 전체 영업실적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예년에는 통상 2월 중순에 실시하던 실적 공시를 보름이나 앞당겼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현재 탈세혐의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정치권에서도 론스타 등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칫 매각작업에 차질을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정을 서두르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벌금형을 받게 될 경우 대주주 자격을 잃기 때문에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매각을 마무리해 시세차익을 충분히 거두겠다는 의도로풀이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론스타는 금융감독원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를 통과했으나 당시 금감원은 `탈세혐의에 대한 사법당국의 판결은 감안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바 있다.
이밖에도 최근 외환은행 전직 행장들이 독자 생존을 주장하고 나선데다 여당 의원들이 외환은행의 매각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것도 론스타로서는최대한 일정을 앞당겨야 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론스타가 이 같은 구상으로 한달만에 인수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론스타가 이미 지난해 중반에 씨티그룹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그동안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면 한두달만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전혀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급등으로 6조원까지 치솟은 인수대금을 내놓을 수 있는 금융사가 당장 나타날 것인지도 미지수인데다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사, 협상 등의 통상적인 매각작업을 감안하면 최소한 5~6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대세다.
특히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등 자금조달계획이 변동될 여지가 많아 론스타의 의중과는달리 매각작업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팔려는 측만 서두른다고 매각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외환은행 매각은 금융계에서 초미의 관심사기 때문에 론스타로서도 무리하게 서두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관련 사안에 대해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인수합병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며 조기 매각설에대해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