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격 방한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최고 핵심실세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황병서(65) 군 총정치국장은 북한 군부의 1인자다. 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뒤를 잇는 사실상 '넘버 투'다. 5월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뒤 지난달 2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직에도 올랐다.
황 총정치국장은 올 3월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4월 초에는 대장 진급이 확인됐고 같은 달 차수 계급까지 오른 후 군 총정치국장이 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각별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룡해나 대남당당 비서인 김양건과 달리 대남정책이나 인천아시안게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이번에 방한해 김 제1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따뜻한 인사말을 전해 관심이 모아졌다. 북한 대표단과 면담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황 국장이 확실한 2인자로 자리를 굳힌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룡해(64) 노동당 비서는 군 총정치국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을 두루 꿰찼다가 5월 황병서에게 군 총정치국장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장성택 후임으로 지난달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됐으며 근로단체 핵심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을 담당하는 근로단체 담당 당비서를 맡는 등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빨치산 출신으로 인민무력부장을 역임한 최현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 최현은 1937년 보천보전투에서 김일성과 함께 부대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양건(76)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며 오랫동안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대남통'이다. 남북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특사 역할을 맡아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왔다. 2007년 통일전선부장에 올랐고 그해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직전인 9월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남북회담 성사의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기남 당비서와 함께 서울을 방문해 남북대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개성공단에서 화환과 조전을 남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