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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무효를 요구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에 대해 "악의적인 주주권 행사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밝혔다. 삼성 측은 합병의 필요성과 비율 산정, 자사주 매각 등 주요 쟁점들은 모두 법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하는 한편 합병 무효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오는 7월17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예정대로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무효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이번 다툼이 장기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심문은 사안의 메가톤급 파장을 반영하듯 대규모 소송전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삼성물산·KCC·엘리엇 측의 소송 대리인인 변호인단만 12명이 참석했으며 10~20분 만에 끝나는 통상적인 가처분 심문과 달리 1시간30분 넘게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심문에서는 크게 △합병의 필요성 △합병 비율 산정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 등의 쟁점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우선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미래 성장과 주주 가치를 고려한 최선의 판단"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현물배당 요구 등 합병 저지를 위한 엘리엇의 일련의 행태는 "악의적인 주주권 행사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삼성물산 측은 이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상관없이 중간배당을 통해 주식자산을 다 빼가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병 무산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엘리엇이 이번 싸움을 장기전으로 몰고 가려는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시세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손을 털고 나가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1%)은 오너 일가가 그룹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불공정한 합병을 통해 수직계열화된 지배구조를 갖추려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객관적인 증거 없이 추측에 기인한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엘리엇의 현물배당 요구야말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상관없이 시세 차익만 얻고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반론했다.
그동안 엘리엇이 끈질기게 주장한 삼성물산 주식의 저평가 여부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하나하나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합병 비율을 이유로 합병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허위자료 또는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를 근거로 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며 "주당순자산가치(PBR)가 0.28에 불과한 경우에도 대법원은 합병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PBR는 0.62에 달할뿐더러 합병 비율은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가 집약된 객관적인 가치인 주가를 따르는 것이 법적 원칙인 만큼 삼성물산 주가의 저평가 여부는 합병 무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측은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취득을 놓고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엘리엇은 "거래상대와 미묘한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자사주 처분은 원활한 합병 결의를 이끌어내는 게 유일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총에서 합병안이 승인되면 무효 소송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물산은 "우호 지분 확보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대비한 매수 대금 확보 등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며 "처분 이전에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자사주 의결권으로 인한 주주들의 반사적 이익은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논박했다.
재판부는 특별한 변동 사유가 없는 한 추가 심문 없이 다음달 1일 두 가지 가처분 소송의 기각 또는 인용 여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