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부동산 관련 여신을 줄이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합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부동산 가격의 대세 하락이 예상돼 부동산 대출을 상당 부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와 상가가 넘쳐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의 낙찰가율도 80%가 붕괴됐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값도 하락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저축은행은 차치하더라도 은행이 주택담보대출로 풀어놓은 돈만 265조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가계의 빚으로 넘어가 있어 언제 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여윳돈이 없는 서민들로서는 부동산 가격이 밑으로 조금만 움직인다 해도 대출금 상환에 비상이 걸린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이 부동산 투매를 유발시킬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이 낮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근원처방은 금융기관이 부동산 대출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이때의 키포인트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천천히 줄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리스크를 서둘러 줄이겠다고 속도를 냈다가는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와 달리 충격을 적게 하려고 너무 느긋하게 진행하다가는 외생변수에 대응할 시간 여유만 사라질 수 있다.
덧붙이자면 부동산 대출 문제는 금융권 내부의 이해관계와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리스크가 있다지만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데 무턱대고 회수했다가 자칫 돈을 창고에 묻어놓을 수도 있다. 쉬는 것도 투자라지만 은행 등 금융업은 자금을 회전시키지 못한다면 존재가치 자체가 부정당한다.
시한폭탄처럼 재깍재깍 다가오는 부동산 대출부실 문제가 '실체는 보이는데 해법이 만만찮은' 이유다.
그렇다고 해도 한쪽으로는 대출 수준을 조정하고 다른 쪽으론 대체 투자처를 찾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꼬인 실타래는 한꺼번에 풀리지 않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는 실타래도 없다'는 것을 믿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