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국민이 바라는 '사법개혁'

며칠 전 한 TV 시사프로그램에서 가난과 무지로 인해 법적대응을 못한 결과 치매를 앓던 모친에 대한 존속살해범으로 몰려 실형을 받은 한 아들의 처절한 호소를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 속에 지켜봤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어디에도 호소할 길이 없어 마지막으로 찾아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 대법원장이 재벌과 관련된 특정사건의 “봐주기식”판결을 놓고서 한 말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와 ‘전관예우’라는 뿌리 깊은 법조관행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발언을 놓고 일부 법조계와 언론에서 무슨 혁명적인 멘트라도 날린 것처럼 “헌법이 어떻고 재판권 침해가 어쩌니”하며 야단법석이 났었다. 대법원장의 발언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말 아닐까. 당연히 그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옳지 못한 특권의식에 싸여 있는 법조계 일각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쓴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또한 검찰총장도 “법복은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못하고 실수한 것을 가려주는 ‘특권의 망토’가 아니라 만인 앞에 여러분을 발가벗겨 보여주는 ‘투명한 유리옷’”이라고 했다. 일부 검사들에게 만연돼 있는 자신들만이 옳고 특별하다는 잘못된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국민인권과 사회정의 수호자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며 곧 법제화될 검찰개혁을 앞둔 검찰조직의 총수로서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생각된다. 국민이 사법부에 바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법적용에 있어서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억울함과 인권유린이 없어야 한다. 국가 공권력이 인권옹호 차원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오히려 없는 죄도 덮어씌우는 사례가 있어서는 더욱 안된다. 이런 발언이 대법원장의 입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세상, 설령 그런 말을 해도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 법률지식의 미비로 인해 직접적으로 고통받고 가진 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세상을 저주하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평생 법정에 서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번 당해보지 않으면 그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번 휘말리면 신체의 구속은 물론 집안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 바로 송사이다. 이점에서 국민이 바라보는 사법개혁의 중요성이 있다. 사개추위에 의해 사법개혁을 위한 20여개의 제ㆍ개정 법률안들의 국회송부가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상정 또는 심의조차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미흡하지만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개혁안들이 조속히 국회에서 심의ㆍ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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