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편의점의 빛과 그림자

“주위에서 편의점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겠습니다.” 올해말 A편의점과 5년 계약이 끝나는 김모(51)씨의 항변이다. 편의점 업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외견상으로는 올해 첫 1만호점을 넘어서며 축제 분위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곪아왔던 문제점들이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ㆍ소비자보호원 등에 나날이 늘고 있는 피해신고가 이를 잘 말해준다. 심지어 온라인에 안티편의점 모임까지 개설돼 조만간 국회 등지에서 집회까지 열 예정이다. 편의점 주인들이 거리로까지 뛰쳐나오려 하는 것은 가맹 본사와의 거래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에서 B편의점을 운영하는 서모(45)씨는 “이번 추석에 본사에서 비싼 선물세트를 강제 할당했다”며 “월 반품한도가 얼마 안돼 팔지 못한 물건은 고스란히 점주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치 않는 판촉과 관련된 비용도 점주에게 전가시켜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사에 밉보이면 지원금이 중단되는 등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에도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안티편의점 회원인 황모씨는 “하루 15시간 이상 중노동을 해서 월 1,0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려도 본사에서 로열티로 350만~400만원을 가져가고 남는 돈도 공공요금ㆍ임대료ㆍ아르바이트 월급 등을 제외하면 실제 챙길 수 있는 액수는 150만원 남짓”이라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버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을 그만두려고 해도 본사에서 중도해지 명목으로 수천만원에 달하는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장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상당수 가맹점주 얘기다. 실제로 경실련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편의점주 10명 중 9명은 재계약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나 편의점 사업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수천여개씩 크게 늘어났던 편의점들이 올해부터 줄줄이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대규모 해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나아가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모두가 윈윈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