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미스 포터' 노처녀 동화작가의 독특한 매력


'미스 포터'는 세계적인 여류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19세기말 발표돼 전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은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1억 부 이상이 팔리며 널리 읽히고 있는 동화책 '피터 래빗'의 저자. 동화작가답게 베아트릭스 포터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또 한편으로 그녀는 여성차별이 가득한 당시 시대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삶을 가꿔온 앞서 가는 여성이기도 했다. 영화는 그녀의 이 두 가지 면모를 작품에 모두 담아 내며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인물의 매력을 관객에게 최대한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영화의 시대 배경은 아직 귀족사회의 잔재가 남아있던 19세기말. 32세 노처녀 베이트릭스 포터(르네 젤웨거)는 어서 빨리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안락한 삶을 살라는 부모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자신만의 동화책을 낼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수 없는 거절과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그녀는 꿈에 그리던 첫 동화책 출판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풋내기 출판업자 노먼 원(이완 맥그리거)를 만난다. 두 사람의 열정으로 인해 베스트셀러가 된 동화책 '피터 래빗'. 한편으로 노먼과 베아트릭스, 두 사람은 수줍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미천한 신분의 노먼을 포터 집안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베아트릭스 아버지로 인해 여름 한철을 잠시 떨어져 있게 된 두 사람. 그런데 그렇게 떨어져 있는 중 또 다른 비극이 생기면서 포터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반적인 전기 영화들이 주인공의 힘든 삶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의지에 초점을 맞춘 반면 '미스 포터'는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인물 자체의 매력에 집중한다. 그녀는 비록 32세의 노처녀지만 여전히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천진난만한 사람. '꼬마돼지 베이브'로 이미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에 나름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 누난 감독은 그녀가 그린 동물들이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활개치고 그녀와 대화하는 등의 환상적 장면을 통해 그녀의 이런 품성을 묘사한다. 영화는 그녀의 사랑도 예쁘게 묘사한다. 비록 베아트릭스와 노먼의 사랑이 집안의 반대와 또 다른 비극으로 힘든 국면을 맞지만 이를 극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긍정적이면서도 낙천적이다.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격정적이라기보다는 마치 10대의 사랑을 엿보는 듯한 귀여운 느낌이 먼저 든다. 이런 그녀의 낙천적 모습과 천진난만함이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가는 그녀의 또다른 모습과 더해져 밝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독특한 전기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를 매력있게 이끈 것은 여주인공 르네 젤위거의 공. '미스 포터'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실제 여성의 모습을 과장하지 않고 그려내며 관객의 공감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풋풋한 매력으로 인해 영화가 한층 경쾌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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