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집세 내주는 일자리를 위하여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판틴으로 더욱 유명해진 할리우드 여배우 앤 해서웨이. 그녀가 출연해 지난 2006년에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역시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대학 졸업생 앤디는 패션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떨치는 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 취직한다. '그의 비서로 1년만 버티면 다른 잡지사나 신문사 기자로 쉽게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썩 내키지 않은 일자리였지만 더 큰 꿈과 생계를 위해 버티기로 결심한 앤디는 그날 저녁 친구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외친다. "집세를 내주는 일자리를 위해(To jobs that pay the rent)!"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오로지 '생계'를 위해 해야 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될 때는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집세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여전히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젊은이들이 사방에 널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이 있어 집세를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하는 '슬픈'현실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층 실업률은 7.5%로 전체 실업률(2.9%)의 3배에 가깝다. 여기에 실업자군에 포함되지 않는 취업준비생이나 구직단념자를 반영할 경우 실업률은 20%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생산활동을 해야 할 청년 100명 중 20명이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잡 셰어링(job sharing)'활성화, '청년창업펀드'조성, 교사ㆍ경찰 등 공공 분야 일자리 확대 등의 청년실업 해소대책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또 인수위 청년특위는 지난달 27일 청년 150명을 초청해 일자리ㆍ소통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모든 노력과 시도에 결실을 맺기를 희망한다. 일자리는 집세를 내주는 것은 물론 따뜻한 음식과 옷을 제공해준다. 또 일자리가 확산되는 결혼기피 현상과 저출산이라는 개인과 국가에 심각한 걱정거리까지 해결해줄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