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수주 느는데… 토목 인력 어디 없소

재교육 통해 맞춤형 인재 길러야


국내 건설사가 시공을 맡고 있는 카타르의 한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의 하모 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항만 프로젝트 종료 후 귀국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중동 지역 토목공사현장이 부쩍 늘어나면서 바로 카타르 현장으로 달려왔다. 중동 지역을 잘 아는 토목 인력이 부족해서다. 하 소장은 "전반적으로 인력이 많이 모자라는데 프로젝트는 늘어나는 상황이라 바로 다음 현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선 해외 토목공사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해외 건설 시장에서 고속도로와 지하철ㆍ철도ㆍ항만 등 토목공사 수주가 늘어나 시공 현장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경우 불과 3~4년 전만 해도 해외 토목현장은 4~5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여곳으로 늘었다.

특히 현장 규모 자체도 대형화되고 있어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올해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토목공사는 총 49건, 118억1,700만달러로 건당 공사액은 2억4,100만달러에 달한다. 2009년 건당 공사액은 6,996만달러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건설사도 인력 충원과 배치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해외 현장에 국내 토목 인원을 이동 배치시키고 있으며 삼성물산 역시 외부 인력 충원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 토목사업본부 인원은 2010년 1,000명가량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1,550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중견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회사도 인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동아건설산업은 지난달 말부터 토목 분야 신규 사원 모집을 진행하고 있고 신성건설ㆍ태조엔지니어링 등도 경력 사원을 뽑고 있다.

문제는 해외 현장에 필요한 맞춤형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건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특히 중소 건설사 토목 인력이 바로 해외로 나가서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토목인력 재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토목공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설사는 해외 토목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협회 등이 나서 기존 인력 재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토목 인력 스스로도 자기계발에 꾸준히 나서야 한다"며 "최근의 상황이 지속되면 예전 플랜트 인력 부족과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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