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 사실 마스크는 환자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건강한 사람이 질병을 막는 데는 무용하지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아직 병원 밖까지 전파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만큼 사람들이 정부와 언론을 불신하고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입니다."
9일 서울 COEX에서 개막한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난 이반 오란스키(사진) 미국 메드페이지투데이 부사장은 한국의 메르스 공포현상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 7일 우리나라에 입국한 그는 거리의 마스크 행렬을 놓고 한국 정부와 언론이 메르스에 대한 전후 사정과 대응 방식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의대 출신인 오란스키 부사장은 연구윤리 분야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의학기자다. 논문 표절 감시 사이트인 '리트랙션워치'의 창립·운영자이며 현재 뉴욕대에서 의학저널리즘도 가르치고 있다.
오란스키 부사장은 "발병률만 보면 메르스는 사실 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보다 낮은데도 사람들이 야구경기 관람과 교회 출석조차 꺼리고 있다"며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은 소통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껏 두 명의 환자가 발생한 미국의 메르스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공포현상은 전혀 없고 사람들이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오란스키 부사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미국인도 메르스에 대해 다들 알고는 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구 3억명 가운데 두 명의 환자일 뿐인데 누가 그리 걱정하겠느냐"고 소개했다.
앞으로 한국 정부와 언론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메르스를 설명할 때도 공포심을 조장하기보다 차분하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