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년만에 점포 책임자된 허숙진씨

26세에 링코 서소문점 점장으로 임명된 '억척여성'

"상품을 구성.전시하는 법을 보기 위해 경쟁업체서 몰래 사진찍다가 카메라를 뺏긴 적도 있었어요" 25일 문을 여는 문구.사무용품 전문점 링코 서소문점 점장은 이제 입사한 지 겨우 4년된 허숙진(26.여)씨. 고객의 소비심리를 읽는 매장 MD(상품구성)로 점장으로 발탁됐지만 2002년 링코에 입사, 2개월의 수련 과정을 거친 후 김포공항점에서 학용 필기구를 담당하게 됐을 때만 해도 그녀는 상품 구성.진열 방식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생초보'였다. "처음 근무한 김포공항점은 대형유통점인 이마트 옆에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을 뿐 아니라 매장 MD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지요"라고 허 점장은 회상했다. 그래서 그는 김포공항점으로 배치받은 후 한 달을 경쟁업체 시장 조사에 '올인'했다. "말이 시장 조사지 카메라, 노트 등으로 꽉찬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경쟁업체를 '잠입' 취재하느라 발에서 물집이 사라질 일이 없었어요. 몰래 경쟁업체서 사진찍다가 경쟁사 직원과 얼굴 붉힌 적도 있고요" 이렇게 해서 만든 상품 구성에 관한 보고서인 시장조사 자료집은 이제 그녀의재산목록 1호다. 당시 그녀는 자료집을 토대로 학용 문구의 진열장에 있는 모든 상품을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게 앞으로 당겨 배치했고 오래된 상품은 매대 앞에, 새로 입고된 제품은 뒤쪽에 놓았다. 또 진열장 양끝에 위치한 매대는 삼면이 다 노출된다는 점에 착안, 어느 방향에서도 쉽게 제품을 잡을 수 있도록 높지 않게 상품을 진열하고 빈 박스 등을 이용해 제품을 양감있게 연출했다. 이처럼 상품 배치를 바꾼 결과 김포공항점 학용문구 파트의 매출은 매년 10% 이상 증가했고 그녀는 2년 연속 우수사원으로 뽑혀 유럽연수의 특전을 받았을 뿐아니라 입사 3년만에 부점장으로 승진했다. "20대인 제가 부점장이 됐을 때 일부 직원들이 기대만큼 움직여주질 않아서 힘들었지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매장 목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을 이끌었어요" 직원들이 맡은 분야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서번트(하인) 리더십'으로 직원들을 사로잡아 김포공항점 전체 매출을 성장시킨 그녀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부점장이 된 지 1년만에 이번에 오픈하는 서소문점의 점장으로 발탁됐다. 허 점장은 "서소문점은 회사 차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카페테리아 형태의 문구점이다"면서 "인근 사무근로자들의 휴식처이자 문화공간이 되는 문구 매장으로 만들어 고객들의 매장 충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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