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은 '실속'과 '침묵'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유럽과의 투자협정에 진전을 이루고 경제ㆍ외교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등 최대한 실속을 챙기는 한편 크림반도 사태를 둘러싼 외교적 마찰에 대해서는 조용하고 억제된 행보를 보일 방침이다.
2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22일(현지시간)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유럽 순방일정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시 주석은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내외의 영접을 받은 데 이어 마르크 뤼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농업ㆍ에너지ㆍ금융ㆍ문화 등에 대한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크림반도 사태로 국제사회가 들끓는 가운데 진행되는 시 주석의 첫 유럽 순방은 유럽과의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이 와인 분쟁 종료를 선언했듯 유럽연합(EU)도 태양광패널의 최저가격제 적용을 적용하며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또 이번 순방길에서 중국은 200억달러에 달하는 에어버스 여객기 150대를 구매하고 에어버스 톈진 공장 설립을 협의한다. 무역마찰을 빚어온 중국과 EU의 해빙에 맞춰 지난 1월 시작한 중ㆍEU 투자협정 진전을 위한 조치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경제적 실속을 노리는 시 주석의 유럽 순방에서 가장 큰 외교적 시험대는 24~25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다. '대국외교'의 틀에서 국제질서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던 중국이 크림반도 사태와 관련해서는 '계산된 침묵'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리바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양국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관계 당사국들에 긴장완화를 위해 자제력을 보이도록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의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시 주석의 행보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크림반도 사태로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이 왜곡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1일간에 걸친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은 총 1만 9,615㎞를 이동하는 90여개 일정으로 꾸려진다. 수교 이래 국가주석이 처음 방문하는 네덜란드에서는 핵안보회의에 참석하며 이후 수교 50주년을 맞는 프랑스로 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핵에너지·항공·농업·금융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 독일에서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과의 회담을 통해 기술투자 등 전방위적 협력관계를 심화시킬 계획이다. 이어 벨기에를 방문해 유네스코와 EU본부에서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최초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